엑스포 유치 실패, 남긴 자산도 있다…‘전방위 외교’로 값진 경험
태도국 카리브국 등에 외교 활동으로 대한민국, 부산 홍보
‘대국 외교’ ‘전방위 외교’ ‘장기적인 ODA’ 등 필요성 인식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 실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 등에서 “얻은 게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영국 런던 주요 도심에 설치된 부산엑스포 옥외광고. 연합뉴스 제공.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부산 유치가 안타까운 실패로 돌아갔지만 치열한 유치 과정에서 얻은 자산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정치권과 경제계 등에서 “성과가 있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정부와 재계, 시민사회단체가 ‘원팀’으로 나서 세계 각국을 상대로 ‘총력 외교’에 나선 경험은 큰 자산이라는 평가다.
2030엑스포는 우리 정부 ‘외교역량’의 시험대였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과 달리 월드엑스포는 각국 정부가 직접 지지 국가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88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개인’(IOC 위원, FIFA 집행위원)을 향한 득표전에서 성공했던 우리 정부는 2030엑스포 유치전에선 각국 정부를 겨냥한 ‘설득’에 나섰다.
태평양 도서국이나 카리브연안국, 아프리카 국가 등 그동안 교류가 많지 않았던 중립 성향 국가를 상대로 득표전에 나서면서 우리 정부의 외교력은 자연스럽게 확대됐다. 미국이나 중국 등 기존의 ‘대국 외교’를 지향하는 국가와 달리 중립 성향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필요’에 근거한 외교 관계를 이어온 우리 정부로서는 귀중한 자산을 쌓은 셈이다.
2030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우리 정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한계도 확인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30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방문한 태평양도서국가의 경우 기존 ODA로 건설한 어항냉동시설이 ‘수리능력 부족’으로 방치된 사실도 알게 됐다”면서 “소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도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선 해당 국가의 ‘운영 능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방위 외교’를 이어가야 한다는 필요성도 확인됐다. 우리 정부는 2002년 2010여수엑스포 유치에 나서 중국 상하이와 격전 끝에 20여표 차로 아깝게 패한 경험이 있다. 2002년 당시 우리 정부는 카리브해연안 국가들의 집단적인 지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30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카리브해연안 국가들은 공식적으로 사우디 지지 선언을 했다. 사우디의 ‘물량공세’ 영향이 크지만 우리 정부의 장기적인 외교관계 강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30엑스포 유치 과정에선 정치권도 때에 따라 ‘원팀’으로 활동했다. 특히 국회는 지난 4월 엑스포 유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눈길을 끌었다. 정치의 ‘양극화’로 잊혀졌던 ‘만장일치’가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다시 등장하면서 ‘협치’의 가능성을 보였다.
2030엑스포 유치의 한 축을 담당한 재계도 유형, 무형의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서 유치전을 이끌었던 SK그룹은 전세계적으로 막대한 홍보 효과를 거뒀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엑스포유치를 위한 정부 대표의 자격으로 활동하면서 세계 각국의 정상이나 고위 관료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면서 “기업 대표자로는 해당 국가 장관과의 만남도 쉽지 않지만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각국 정상을 만나 SK그룹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SK그룹 이외에도 재계 주요 기업들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각국에서 홍보전에 나서면서 간접적인 홍보효과를 거뒀다. 특히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동유럽 등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의 홍보 활동이 많지 않았던 지역에서 기업 인지도 상승이 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