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간 ‘무인 헬스장’ 알고 보니 불법
저렴한 이용료·자유로운 이용
장점 내세워 주택가 속속 들어서
프랜차이즈 형태로 영업하기도
체육지도자 없는 헬스장 불법
안전사고 우려에도 적발 어려워
부산 곳곳에 소규모 ‘무인 헬스장’이 늘어나고 있다. 업주들은 저렴한 이용료와 다른 이용객 눈치를 보지 않고 운동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운동 모임이나 동호회를 중심으로 이용자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으로는 체육지도자가 없는 무인 헬스장은 불법 상태여서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재진이 지난달 29일 부산 남구의 한 주택가에서 무인 헬스장 형태로 운영 중인 A헬스장을 찾았다. 예약을 해야 이용이 가능한 A헬스장은 기존 헬스장보다 좁은 90㎡(약 27평) 공간에 운동 기구 4개 정도로 영업 중이었다. 벽면에는 이용객이 방문 후기를 적어 놓은 포스트잇이 가득했다.
이용료는 1시간에 6000~8000원 수준이었다. 하루 이용권을 수만 원에 판매하는 보통 헬스장보다 합리적인 가격이다.
당시 A헬스장에는 다른 이용객이 한 명도 없었고 공간 전체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었다. 대개 무인 헬스장은 친구나 커플, 동호회 등 소수를 위한 운동 공간으로 통한다. 지인들끼리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웃고 떠들면서 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인 헬스장을 이용한 적 있는 이 모(31) 씨는 “기존 헬스장에서는 체육지도자나 다른 이용객 시선을 의식하는 경우가 있다”며 “무인 헬스장에서는 내가 원하는 음악을 틀면서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A헬스장 말고도 최근 부산 주택가나 대학가 등지에서 무인 헬스장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부산 한 업체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동래·연제구 등지에서 무인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등에 검색을 하면 부산 다른 지역에 있는 무인 헬스장도 쉽게 찾을 수 있다.
3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기준 부산 체력단련장(헬스장) 수는 1078개다. 지난달에만 헬스장 14곳이 신규 업소로 등록했다.
새로운 운동 공간으로 떠올랐지만, 무인 헬스장은 현행법상 모두 불법이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체육시설을 설치·경영하는 헬스장 시설에는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체육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헬스장은 운동 전용 면적이 300㎡ 이하일 경우 1명 이상, 300㎡를 초과하면 2명 이상 배치해야 한다.
일부 무인 헬스장 업체는 CCTV로 이용객 안전을 살펴본다고 해명한다. 같은 공간에 체육지도자가 없어도 인근 사무실에서 안전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항상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지도자가 다른 공간에서 CCTV 등으로 감시하는 것도 위법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무거운 바벨에 깔리는 등 항상 위험에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을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체육지도자가 같은 공간에 상주해야 한다”며 “체육지도자가 정상적으로 배치되지 않을 경우 과태료나 행정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관할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단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예약제로 운영하고 일반 주택가에서 영업하는 경우도 있어 쉽사리 알아채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부산 남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체육지도자를 두지 않고 새벽에 영업한 헬스장을 적발한 적이 있었다”며 “그때도 다른 헬스장 업체가 고발해서 적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진·동영상 등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경찰 수사 때 무혐의 처분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