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긴 학교 문 닫을 판인데 여긴 오전·오후반 만들 판
부산 원도심·외곽 만성 학생 부족 위기감
해운대·동래구 지역 중학교는 과밀 심각
부산 내년 초등생 수 15만 명 붕괴 눈앞
교육청, 감소 기조 속 과밀 해소 속앓이
학부모와 학생들이 진학을 희망하는 부산 일부 초·중·고등학교의 학생 과밀 현상이 수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생 수 감소라는 큰 흐름에도 일부 학교 과밀 현상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부산 원도심이나 외곽 지역 학교들은 만성 학생 부족으로 예산 인력 등이 줄어들면서 다양한 교육 과정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 학생 수 불균형은 학생 과밀 학교와 과소 학교를 가리지 않고 교육 환경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학생 수 부족 지역에 폐교가 발생하면 지역 이미지 하락이나 지역사회의 경제·문화적 기능 저하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생 수가 28명이 넘는 학급은 ‘과밀 학급’으로 규정된다. 교사들이 원활하게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을 평가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이 정상적인 환경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적정 인원을 정한 것이다.
하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 선호 지역 내 학교에서는 신입생은 물론 전학생이 몰리면서 학급당 30명을 넘어서는 학교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부산 동래구 여명중학교의 경우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올해 30.3명을 기록했다. 해운대구 센텀중학교는 40개 학급에 1170명이 몰리면서 한 학급에 30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기장군 정관중학교는 31개 학급에 869명이 등교하면서 과밀 학급 기준인 28명을 웃도는 29명을 기록하고 있다. 학생 과밀 현상은 부산 시내 전통적인 교육 선호 지역과 신도시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반대로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적정 수준을 밑도는 학교도 있다. 부산 강서구 덕문중학교에는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9.3명에 불과하다. 강서구 녹산중학교는 3학급에 학생 45명이 진학해 한 학급에 15명뿐이다. 부산 동구 부산동여자중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가 16명이다.
과소 학교는 부산 원도심 지역이나 강서구 등 외곽 지역에 주로 몰려 있다. 부산에는 아직 사례가 없으나 이들 지역 초등학교 가운데 읍·면·동 단위에서 아예 취학통지서를 1통도 보낼 수 없는 지역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에는 학생 과밀 현상이 가장 심각한 것은 중학교다. 시교육청이 올해 4월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부산 시내 중학교(특성화중 제외)의 과밀 학급 비율은 25.4%에 달한다. 4개 학급 중 한 학급은 28명을 넘어서는 것이다. 센텀중학교의 경우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30명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부산 시내 고등학교와 초등학교의 과밀 학급 비율은 각각 11.6%와 5.2%로 중학교에 비해서는 낮은 상황이다.
시교육청은 중학교 학생 과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부산 시내 중학교 학생 수는 3년 뒤인 2026년까지 증가한 뒤 2027년을 기점으로 차츰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학생 수가 줄더라도 현재 과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학교에서의 과밀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황금돼지’ 해였던 2007년(현재 고1)과 ‘백호’ 해였던 2010년(중1), ‘흑룡’ 해였던 2012년(초5) 등 신생아가 많았던 특정 해에는 학급 과밀 현상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부산의 초등학교는 전반적으로 학생 수 감소 문제에 부딪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산의 출산율 저하가 지속되면서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2024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수는 2만 명을 조금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2만 1162명 초등학교에 진학한 올해보다 9.6%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2024학년도 부산 초등학교 전체 학생 수는 2013년 16만 명이 무너진 이후 11년 만에 15만 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
부산시교육청 학생학부모지원과 관계자는 “학급당 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 모듈러 교실을 설치하고, 교실 증축 공사를 진행하며 과밀 현상 해소에 힘을 쏟고 있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학부모지원과 관계자는 “부산에서는 중학교를 포함한 모든 학교에서의 학생 수가 2028년부터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며 “학생 과밀 현상 해소를 위한 시설 추가 설치와 함께 학생 수 감소 흐름을 반영해 학생들의 학교 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