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박대’ 주역 이재명 “부산시장 국회 왔었냐” 조롱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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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서 박 시장 겨냥 되레 반문
서은숙 “불쑥 나타나 정쟁화” 비난
박 시장 두 차례 직접 면담 요청에
산은법 대꾸도 안 하고선 뒷담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해 이재명 대표 측에 ‘산은법 개정’ 협조 서한을 전한 박형준 부산시장(부산일보 12월 5일 자 1면 보도)의 행보를 희화화하고 나섰다.


6일 공식 석상에서 이 대표는 보란 듯 “부산시장이 국회에 왔었냐”고 되물었고, 서은숙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은 박 시장 행보를 “정치 쇼”라고 깎아내렸다.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한 부산 시민 염원을 조롱거리로 만든 셈이다.

이 대표는 앞서 두 차례에 걸친 박 시장 측 공식 면담 요청을 확인하고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 위원장이 이끄는 민주당 부산시당은 산은 부산 이전에 중앙당 설득은커녕,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 눈치 살피기에만 혈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서 위원장은 박 시장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서 위원장은 “떼를 쓰는 게 박 시장 방식이냐”며 “이는 박 시장의 ‘정쟁 쇼’”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4일 국회를 찾아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에게 ‘산은법 개정안 협조 서한’을 전달했다. 거듭된 면담 요청에도 이 대표 면담이 불발되자 서한을 전한 것이다.

서 위원장은 “당 회의가 있는 시간에 박 시장이 불쑥 찾아와서 쇼한 것”이라며 “자신의 ‘방문 쇼’를 선전한 것이다. 진정성과 절박함이 있었다면 만나기 위한 날짜를 제대로 논의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 위원장은 이날 이 대표가 참석한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서 ‘산은 부산 이전’을 한차례도 언급하지 않고 ‘현안’이라 칭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 발언 이후 “부산시장이 언제 왔었냐”고 반문했다. 이는 박 시장의 서한과 당 대표실 방문 사실이 이 대표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박 시장 측은 앞서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당 대표실에 직접 찾아가 공식 면담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은 박 시장을 비롯한 부산시가 제대로 된 면담 논의를 해 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시와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비롯한 부산시 주요 인사들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1일 각각 민주당 당 대표실을 찾았다. 두 번 모두 직접 방문해 면담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달 1일엔 이 대표와 직접 만나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 같은 면담 요청에 한마디 대꾸도 없이 자리를 떴다고 한다. 서 위원장은 전날 서한 제출과 관련해서도 “불쑥 찾아와 떼를 썼다”고 지적했지만, 부산시는 서한 전달에 앞서 ‘이 대표와 협의되지 않은 일정’이라고 미리 알렸다.

당 최고위 회의에서 ‘부산 민주당’을 책임지는 서 위원장이 앞장서서 당 지도부의 산은 이전 반대 기류에 편승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해선 여야가 없다면서도, 연내 산은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노력도 없이 박 시장을 비판한 건 서 위원장의 ‘자충수’라는 것이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그간 산은 부산 이전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지역 곳곳에 관련 현수막을 내걸었다.

부산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산은 부산 이전은 여야 문제가 아닌 부산 시민 전체의 염원”이라며 “민주당 반대로 산은법 개정안 연내 처리가 무산될 상황인데,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이 산은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노력을 비판한 건 완전한 자가당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상황 속 산은법 연내 처리는 사실상 무산될 분위기다. 여야가 2+2 협의체를 꾸리고 여당 안에 산은법 개정안 처리가 포함되어 있지만, 민주당의 완고한 입장에 법안 협상은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협의체는 내주부터 매주 화요일 정기 모임을 하고 법안 협상을 시작한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산은법 개정안에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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