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늉만 하는 국힘 혁신, 총선 민심 두렵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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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호 혁신위’ 42일 만에 조기 종료
당 지도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 높아져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7일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출범 42일 만이고, 예정했던 활동 종료일인 24일보다 보름가량 빠른 선언이었다. 출발은 화려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했고, 그에 힘입어 인요한 위원장은 “와이프와 아이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강도 높은 혁신을 예고했다. 하지만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실패로 끝났다. 무엇보다 혁신위가 가장 공을 들였던 ‘국민의힘 내 주류 세력의 희생’은 당사자들로부터 철저히 무시당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우리는 50% 성공했다”고 자평했지만, 국민의힘이 지금껏 보인 행태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42일 동안의 활동 기간에 혁신위가 거둔 성과는 ‘1호 혁신안’으로 제기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 해제뿐이다. 그 외에도 여러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수용하지 않았다. 특히 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친윤계 인사, 중진들은 혁신위가 자신들에게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하자 드러내 놓고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급해진 인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소신껏 하라고 했다”며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김 대표는 단칼에 거절했다. 요컨대 ‘인요한호 혁신위’는 당 주류의 무시와 반발로 인해 조기에 해체된 것이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혁신위를 꾸릴 때 위원장에 나서는 이가 없었다. 혁신위의 권한에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혁신안은 구조적으로 당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해 그동안 김 대표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던 김 대표의 말은 결과적으로 빈말이었던 것이다. 인 위원장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국민의힘 혁신의 요체는 수직적 당정관계 개선인데, 인 위원장 스스로 윤 대통령에게 얽매이면서 동력을 잃어버렸다. 결국 당 지도부나 혁신위나 모두 혁신의 시늉만 낸 셈이다.

“혁신위를 꾸린 이유가 대체 뭐냐”라는 질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받아들여 집권 여당으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출범시킨 혁신위 아닌가. 하지만 국민의힘이 지금 보이는 모습은 당시 선거 패배로 궁지에 몰리자 잠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미봉책으로서 혁신을 내세우며 변죽만 울린 꼴이다. 혁신을 외면하는 여당의 이런 모습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실망을 넘어 불신감만 높아질 뿐이다. “내일 총선이라면 어느 당에 투표할 것인가” 묻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에 유의미한 차이로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심은 이처럼 빠르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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