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성공 위한 선택 두고 깊은 고민”…장제원 전격 결단 배경은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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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 압박에도 ‘사상 출마’ 고수하던 장 의원 11일 전격적인 불출마 시사
오랜 지인 “그 동안 총선 승리 위한 자신의 거취 두고 깊은 고민 거듭”
윤 대통령 지난 6일 부산행이 직·간접적 영향 미쳤을 수도
당 주류 거취에 연쇄 영향 불가피…지역 여권은 “낙동강벨트 균열 오나” 우려

장제원 의원이 11일 아버지인 고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묘소에 참배하는 모습. 출처 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장제원 의원이 11일 아버지인 고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묘소에 참배하는 모습. 출처 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장제원(부산 사상) 의원이 11일 ‘이제 잠시 멈추려 한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리며 총선 불출마를 시사하면서 여당 내부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비롯해 당 안팎의 ‘주류 희생’ 요구에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장 의원이 처음으로 응답하면서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친윤계 핵심 등의 거취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장 의원이 불출마를 도화선으로 여당 발 쇄신 바람이 일 경우, 총선 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장 의원의 한 측근은 이날 <부산일보>와 통화에서 “일주일 전 쯤 통화를 했는데, 직접적으로 불출마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그런 분위기는 느껴졌다”며 “불출마 선언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의 오랜 지인도 “그 동안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상당히 고민을 했었다”면서 “부산 여권이나 지역구인 사상에서는 굉장한 반대 의견이 있었는데, 장 의원이 결국 고독한 결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쓴 뒤 일부 언론과 통화에서 “내 마음을 밝힐 때가 된 것 같아 글을 올렸다”고만 말했다.

앞서 장 의원은 이날 오후 8시 20분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아버지(장성만 전 국회부의장) 산소를 찾았다”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버지가 주신 신앙의 유산이 얼마나 큰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면서 “보고싶은 아버지! 이제 잠시 멈추려 합니다”라고 밝혔다.

장 의원의 이날 불출마 시사는 전격적이다. 장 의원은 이전까지 인요한 혁신위원회 등의 불출마 권고가 거세지는 상황에서도 “제 알량한 정치 인생을 연장하면서 서울로 가지 않겠다”며 ‘사상 출마’를 고수하려는 의지를 보여왔다. 이와 관련, 최근 당무감사위의 당협위원장 감사에서도 부산 18개 지역구 중 장 의원이 최상위권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역 여권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야당 강세 지역인 ‘낙동강벨트’에 속한 사상에서 단단한 장악력을 가진 장 의원이 빠질 경우, 야당 현역 지역 탈환은커녕 오히려 야당세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당 지지율이 정체 상황을 면치 못하면서 총선 위기론이 심화되고, 김기현 지도부에 대한 당내 비판이 점증하는 상황 속에서 장 의원이 현 국면의 변화, 여당 내부의 쇄신 바람을 이끌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엑스포 실패 이후 악화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직접 부산을 찾은 일이 장 의원의 결단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극소수 당 지도부만 참석한 대기업 총수들과의 오찬 자리에 장 의원을 ‘콕 찍어’ 참석시키며 여전한 신뢰를 보여줬다. 윤 대통령이 행사 전 장 의원과 독대를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말도 들린다.

친윤 핵심인 장 의원이 이날 불출마를 시사하면서 당 지도부·친윤·중진 의원들의 거취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와 관련, 비윤(비윤석열)계의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요한 혁신위 활동 종료와 관련,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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