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장제원발 블랙홀에 김기현 잠행…당내 파장 어디까지
장제원, 12일 내년 총선 불출마 공식 선언
당 안팎서 주류 희생 압박 본격화
김기현 대표 공식 일정 접고 장고
"김기현 대표도 결단 내려야"
국민의힘 대표 '친윤'(친윤석열) 인사로 분류되는 장제원(부산 사상)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공식화하면서 당내 파장이 주목된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장고에 들어갔다. 장 의원이 당 쇄신의 물꼬를 트면서 김 대표는 물론 당 지도부와 친윤 인사들에 대한 당 안팎의 희생 압박도 점차 거세질 전망이다.
장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12일, 김 대표는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숙고에 들어갔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만 바란다"며 불출마를 선언한 장 의원의 결단에 당내 호응이 쏟아지자 정치권 이목이 일제히 김 대표로 향하는 모양새다. '지도부 책임론'의 중심에 선 김 대표의 결단이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 당대표실로 출근하지 않았다.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불출마를 결심했지만, 대표직 사퇴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대표는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장 의원과의 ‘김·장연대’를 내세워 친윤계 지지 속에 당권을 잡았다. 이후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당정 지지율 하락, 이를 계기로 출범한 혁신위의 조기 종료에 대한 책임론에 직면했다.
앞서 '인요한 혁신위원회'와의 갈등과 당정 지지율 정체 등의 책임을 물어 김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당 일각에서 제기됐다. 김 대표는 전날 "저를 비롯해 당 구성원 모두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혁신위의 '주류 희생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본인 거취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당내 중진인 서병수·하태경 의원 등이 김 대표 책임론에 무게를 싣자, 당내 초선 의원들과 일부 최고위원이 역으로 중진 의원을 비판하며 지도부 책임론이 당 '집안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장 의원의 '헌신'은 현 김기현 체제의 당 지도부에도 직격타가 될 전망이다.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지도부가 당 쇄신에 대한 부담을 일부 덜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김기현 퇴진론'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다. 공천 국면을 앞두고 지지율 반등은커녕 혁신안을 내치는 등의 당 지도부의 행보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당 쇄신을 천명하며 출범시킨 혁신위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고 정국 반전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등 여파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도 하락세를 그렸다.
장 의원의 전격적인 희생 수용에 당 최고위원도 김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에서 "김 대표도 이번 주에 비슷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류 인사들의 불출마·험지 출마 선언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나를 희생하면서 당과 나라를 살리기 위해 어려운 지역이지만 다 같이 한번 해보자는 하는 분위기가 들불처럼 일어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것”이라며 "김기현 대표도 비슷한 결단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가 (김 대표 결단의) 사실상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장 의원의 결단에 힘을 실으며 김 대표의 부담감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SNS에 "장제원 의원의 결단, 혁신의 불씨를 되살렸다"며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높이 평가한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친윤 핵심과 당 지도부의 희생 없이 총선 승리는 어렵다. 그것이 인요한 혁신위의 결론"이라며 "다 죽어가던 혁신의 불씨를 장제원 의원이 되살렸다"고 강조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당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본인이 희생하는 그런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재형 의원도 "장 의원의 용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런 희생과 결단이 당을 살리고 나라를 살린다"고 강조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