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뺨 맞았다”, 구청장 “때린 적 없다”… 폭행 논란 휩싸인 영도구(종합)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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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서 예산 삭감 두고 실랑이
뺨 맞았다는 내용으로 경찰 고소장 접수

영도구청 전경. 부산일보 DB 영도구청 전경. 부산일보 DB

부산 한 기초지자체 구청장이 구의회 의장 뺨을 때렸다는 내용이 담긴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구청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이경민 영도구의회 의장이 지난 21일 경찰서를 방문해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22일 밝혔다. 고소장에는 국민의힘 소속 김기재 영도구청장이 무소속인 이 의장 뺨을 때렸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도구청과 영도구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6시께 영도구 대교동 한 식당에서 김 구청장, 이 의장과 지역 기관 단체장 등 20여 명이 참석하는 송년회가 열렸다. 송년회 도중 말다툼을 하다가 김 구청장이 이 의장 뺨을 때렸다는 게 영도구의회 관계자 설명이다.

말다툼은 내년 예산 삭감에서 비롯됐다. 영도다리축제, 구룡축제 등 영도 대표 축제와 흰여울문화마을 주민 편의 시설 등에 대한 구의회 예산 삭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기탁 영도구의원은 당시 이 의장이 예산 삭감 이유와 향후 계획 등을 설명했고, 김 구청장이 “예산도 못 받는 구의원이 오히려 예산 삭감만 한다”며 핀잔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현장에는 없었지만 말다툼 등 실랑이가 이어지자 김 구청장이 화를 참지 못하고 이 의장 뺨을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때렸다고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비유를 하자면 대통령이 국회의장을 때린 격”이라며 “의회 차원에서 어떻게 사건에 대응할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구청장과 구의회 사이 소란은 처음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구청장이 지난해 7월에도 한 술자리에서 구의원들에게 욕설과 반말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김 구청장은 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폭행 시비에 휘말린 것을 두고 명예훼손 고소 등 구청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송년회에서 예산안을 두고 계속 말이 오가니 ‘그만 됐다’는 의미로 이 의장 입을 막으려다 우연히 뺨에 손이 닿은 것”이라며 “소리가 날 정도로 뺨을 때렸다는 건 명백한 거짓이며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기초지자체장이 기초의회 의장을 때리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구청장은 “지역이 시끄러워질까 봐 일부러 대응하지 않았다”면서도 “사실과 다른 폭행 시비가 알려지는 것에 대해서는 구청 차원에서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송년회가 열린 식당 종업원은 폭행 여부는 목격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종업원 A 씨는 “송년회가 열린 곳에서 언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뺨을 때리는 건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년회에 참석한 B 씨는 “뺨을 때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에 고소를 마친 이 의장은 김 구청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크게 분노했다. 이 의장은 “어제 구청장에게 모욕적인 말을 듣고 뺨까지 맞아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며 “거짓말하는 구청장 태도가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폭행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동료 의원들과 상의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당시 송년회에 같이 있었던 영도구의회 관계자인 C 씨는 “순간적으로 언성이 높아지면서 강하게 뺨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고, 의장이 뺨을 감싸고 있었다”며 “구청장이 의장을 상대로 모욕적인 말을 하는 것도 똑똑히 들었다”고 이 의장 주장에 힘을 보탰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고소인 조사를 시작으로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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