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들, 홍해 피해 아프리카 갔더니…연료보급에 며칠씩 대기
예멘 후티반군 피해 남아공 희망봉 우회
아프리카 주요 항구들, 교통량 감당 못해
운송차질 요금 등 해운운임 인상 예고도
예멘 후티 반군 공격 가능성에 홍해를 피해 남아프리카로 돌아가는 수백척 선박들이 아프리카 항구들의 열악한 시설로 인해 연료보급을 위한 접안도 못하고 대기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예멘 후티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피해 수백 척의 대형 선박이 아프리카 남단으로 항로를 변경했다. 이렇게 항로를 바꾸면 최소한 10~14일이 더 걸리게 된다. 우리나라 HMM도 어쩔 수 없이 항로를 변경했다.
그러나 케냐 뭄바사와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등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항로를 따라 있는 아프리카 항구들은 수백척에 달하는 교통량을 감당하기에 시설이 너무 열악하다는 것. 이 때문에 접안도 하지 못하고 대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세계 2위 해운사인 머스크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희망봉을 항해하는 선박들이 가능한 한 출발지나 도착지에서 연료를 넣으려 하고 있다.
머스크 대변인은 “만약 항해 중 벙커링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나미비아의 월비스베이나 모리셔스의 포트루이스 항구를 최우선 선택지로 두고 사안별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홍해를 통해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항로를 포기하고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게 되면서 해운 운임은 인상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21일 아프리카를 경유할 경우 운송차질요금을 부과하고, 내년 1월 1일부터는 성수기추가요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현재 중국에서 북유럽으로 이동하는 20피트 컨테이너는 200달러의 운송차질요금과 500달러의 성수기추가요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세계 1위 해운사 MSC를 비롯해 CMA CGM, 하파그로이드, 에버그린, HMM, 양밍해운 등 세계 10위권 선사들이 줄줄이 홍해 항해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석유 등을 운반해야 하는 에너지기업들도 홍해 노선을 포기했다.
영국의 글로벌 에너지기업 BP가 감압경유를 인도에서 미국 텍사스로 운송하기 위해 빌린 배는 22일 홍해가 아닌 희망봉으로 향했다. 이에 따라 운항 기간은 9일 더 늘었다.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인 에퀴노르도 텍사스에서 인도로 원유를 운반하기 위해 지난 21일 홍해 한가운데서 180도 선회해 항로를 바꿨다.
미국이 홍해를 지나는 배를 보호하기 위해 다국적 함대 창설을 발표하고 20여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혔으나 해운사와 화주들이 안심할만한 세부 사항이 나오지 않으면서 홍해 이탈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전 세계 컨테이너 무역의 20% 이상은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