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영시 또 “시의회 지원 중단” 엄포…인사권 갈등 재연되나
집행부, 인사운영 협약 종료 통보
“협의 없이 자체 인사 추진” 이유
인사 교류, 인력, 업무 지원 중단
의회 “사실상 사무국 폐쇄 통보”
예산·조직권 부여 후속입법 필요
경남 통영시와 시의회 관계가 다시 얼어붙고 있다. 의회사무국 인사권 갈등이 1년 만에 재연될 조짐이다. 시장과 의장 간 힘겨루기에 살얼음판(부산일보 2022년 12월 30일 자 11면 보도)이던 작년과 판박이다. 시의회가 새해 정기인사에 대비해 연말 자체 승진 인사를 단행하자, 발끈한 통영시가 사무국 운영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끊겠다며 또 으름장을 놨다.
통영시는 지난 26일 시의회에 공문을 보내 ‘통영시-통영시의회 인사운영 협약 종료’를 통보했다. 이 협약은 시의회 인사권 독립을 위한 보완 장치다. 지난해 1월 시행된 개정 지방자치법에 따라 기초의회 사무국 직원 인사권이 지자체장에서 의장에게 이양됐다. 그러나 직원 수가 적고 자체 예산이 없는 기초의회가 당장 인사권을 행사하기는 역부족. 이에 협약을 통해 집행부와 인사 교류 근거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사무국 직원에 대한 보수지급·교육훈련, 휴양시설·건강검진비 지원같은 후생복지사업도 통합 운영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통영시를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자체와 기초의회가 유사한 협약을 맺었다. 그런데 지난 22일 시의회가 5급 1명, 8급 1명에 대한 자체 승진 인사 결과를 발표하자 통영시는 또 한번 협약 파기를 선언했다. 시의회가 사전 협의 없이 사무국 인사를 추진했다는 이유다. 통영시는 “양 기관의 안정적인 인사 운영, 승진 기회 균형 유지 등을 위해 체결한 협약”이라며 “일방적으로 인사운영을 추진하는 것은 목적이나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가뜩이나 인사 적체가 심각한 상황에 직원 수가 적은 의회사무국이 자체 인사를 하면 결원 발생 요인이 적어 승진이 어려울 뿐 아니라 효율적인 인력 배치도 힘들다는 게 통영시 주장이다. 통영시 공무원 1061명 중 의회사무국 소속은 24명이다.
시는 협약 종료에 따라 인사 교류를 중단하고 집행부 소속으로 의회에 파견한 공무직 3명과 청원경찰 1명을 철수시키겠다고 했다. 또 이후 발생하는 인력 공백은 의회가 직접 충원하고 각종 후생복지시설과 직장상조회, 초과근무시스템, 청사·물품관리, 전산시스템도 자체 운영하라고 했다. 하지만 자체 예산이 없는 시의회가 홀로 사무국을 운영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마땅한 차선책이나 대응 수단도 없다. 이를 뻔히 아는 통영시가 협약을 볼모로 시의회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통영시 엄포가 처음은 아니다. 시는 작년 12월에도 자체 인사를 예고한 시의회에 승진은 관례대로 통영시 정기인사에 포함해야 한다며 압박했다. 반면 시의회는 법적으로 부여된 인사권을 포기할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천영기 시장, 김미옥 의장 담판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자 꺼낸 카드가 인사운영 협약이었다. 극단으로 치닫던 갈등은 정점식 국회의원 중재로 시장과 의장이 인사운영에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4급 사무국장 승진은 시장이, 이후 발생하는 5급 이하 인사권은 의장이 행사하는 방식이다.
김미옥 의장은 “당시 합의를 근거로 집행부 인사에 맞춰 우리도 인사를 진행했다. 이후 아무런 언급도 없더니 대뜸 이런 공문을 보내왔다. 황당하다”고 했다. 이어 “이대로 협약이 실효되면 사무국은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한다”며 “엄동설한에 갈 곳 없는 세입자를 내쫓는 꼴이다. 이건 경우가 아니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를 두고 예견된 사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사권은 의회로 넘어왔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예산편성권’과 ‘조직구성권’은 여전히 집행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반쪽짜리 인사권으론 본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상호 대등한 관계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도록 후속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