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 강조 정세균에 ‘즉답’ 피한 이재명
28일 서울 한 식당서 오찬 회동
정, ‘현애살수’ 사자성어 언급
벼랑 끝에서 손을 놓는다는 뜻
사실상 사퇴 요구한 것으로 해석
이 대표 "최선 다하겠다"고 밝혀
별다른 성과 없어 내분 지속 분석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벼랑 끝에서 손을 놓는다는 뜻의 ‘현애살수’를 언급했다.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이다. 이에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퇴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정 전 총리와 이 대표는 이날 서울의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회동 이후 브리핑을 통해 “정 전 총리께서 이 대표에게 총선 승리 없이는 국가의 미래도 민주주의의 미래도 없다. 선거를 앞두고 양당 간의 혁신 경쟁이 있는데 혁신 경쟁을 선도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이날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갈등을 직접 언급하며 이 대표의 ‘조치’를 요구했다. 권 대변인은 정 전 총리가 “공천 문제 같은 경우에는 매우 스마트하고 나이스하게 대표가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며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후보들에 대한 불공정 부적격 판정을 문제 삼았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특히 민주당의 혁신을 강조하면서 이 대표에게 특단의 조치를 요구했다. 권 대변인은 정 전 총리가 ‘현애살수’라는 사자성어를 거론하며 “결단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당도 나라도 그리고 대표에게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현애살수는 벼랑에 매달려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는 의미로 2006년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의장직을 사퇴할 때 쓴 표현이기도 하다. 대표직 사퇴를 거부하는 이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 전 총리의 현애살수 발언에 대해 권 대변인은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권 대변인은 “2선 후퇴나 비상대책위원회를 콕 찍어 말씀하신 것이 아니다”라며 “(2선 후퇴 등과는)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 이 대표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권 대변인은 이 대표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과 당내 통합 두 개를 조화롭게 하기 어렵지만 당 대표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김부겸 전 총리와 만남에서도 당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김 전 총리는 ‘이낙연 포용’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등 구체적 요구사항을 밝혔지만 이 대표는 이후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와 정 전 총리의 만남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면서 민주당 내부 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두 총리는 ‘분열’을 막고 ‘통합’으로 가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해 ‘이낙연 신당’의 동력은 계속 줄어드는 모습이다.
민주당에선 당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통합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명계 송갑석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공천에서부터 실질적으로 선거를 준비하는 통합 선대위로 나가야 된다”면서 “그래야만이 세 총리(김부겸·정세균·이낙연) 등이 말하는 통합의 의미를 온전하게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