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구매 영수증 챙기고 짐 쌀 때 사진 꼭 찍어야 [트래블 tip톡] ④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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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10대항공사 짐 분실·파손율 8%
사고 막을 방법 없어 대비가 최선
가방 살 때 영수증 받아 보관해야
집, 공항에서 캐리어 촬영도 필수

A 씨는 최근 유럽여행을 다녀오다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수화물 수취대에서 짐을 찾고 보니 외부가 깨어진 상태였다. 그는 항공사에 화물 파손을 신고했다. 그런데 며칠 뒤 “수화물 분실, 파손 업무를 대리한다”는 B 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B 씨는 “수화물이 어떤 종류인지, 가격이 얼마인지 영수증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A 씨는 “캐리어 가방을 2년 전에 샀기 때문에 영수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B 씨는 “그렇다면 정확한 보상을 해 줄 수 없다. 대신 적당한 수준의 다른 캐리어를 보내주겠다”면서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소송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할 수 없이 원래 캐리어보다 품질이 훨씬 떨어지는 다른 캐리어를 받아야 했다.

공항에서 탁송을 기다리는 짐. 공항에서 탁송을 기다리는 짐.

A 씨 사례처럼 외국여행을 다니다 보면 화물로 부친 짐이 파손되거나 분실되는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미국 교통부의 ‘항공소비자보호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월 9개월 동안 미국 10대 항공사가 탁송한 승객 수화물 3억 6260만 개 중에서 225만 개가 분실, 파손됐다고 한다. 전체의 6% 수준이다. 수화물을 탁송시킨 여행객으로서는 파손, 분실 사고를 막을 방법이 없다. 결국 최선의 방법은 파손, 분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보상을 제대로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공항에 가기 전과 탑승 전으로 나눠 알아본다.


공항에 가기 전에

항공권을 살 때 환승 항공편보다는 직항 항공편을 고르는 게 짐을 잃어버릴 확률이 낮다. 대부분 짐 분실 사고는 환승 과정에서 짐을 옮겨 실을 때 발생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저가항공사가 일반 항공사에 비해 짐을 잃어버리는 사고를 덜 일으킨다는 점이다. 저가항공사는 대부분 직항이고 환승을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캐리어 등 여행용 가방을 살 때에는 반드시 영수증을 받아 잘 보관해야 한다. 나중에 짐을 분실하거나 파손되었을 때 종류,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했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 영수증을 확인하거나 출력할 수 있다.

한 여행객이 공항에서 캐리어를 끌고 있다. 한 여행객이 공항에서 캐리어를 끌고 있다.

짐을 꾸릴 때에는 휴대폰으로 여행용 가방 외관을 찍어두는 게 좋다.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항공사 담당자가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은 캐리어 브랜드, 색깔, 크기, 내용물이다. 영수증과 함께 사진을 갖추면 이보다 확실한 증거는 없다. 또 가방 안에 어떤 내용물이 들어갔는지 확실하게 보여주려면 내용물을 가방 앞에 펼쳐 놓은 장면과 다 넣은 장면도 찍는 게 바람직하다.

여행용 가방 바깥에 이름표를 붙이는 것에 덧붙여 가방 안에도 주인이 누구인지 알릴 수 있는 이름표를 넣어둬야 한다. 바깥에 붙인 이름표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방을 발견한 항공사 직원이 가방 주인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옷, 책 등은 대형 캐리어에 넣어 화물로 부친다고 하더라도 귀중품이나 일부 생활필수품은 기내에 들고 탈 수 있는 소형 가방·캐리어에 넣는 게 좋다.


공항에서 항공기 탑승 전에

공항에는 일찍 가는 게 바람직하다. 늦게 가서 발권하고 짐을 부치느라 서두르면 항공사 발권 직원도 서두르게 된다. 이럴 경우 실수할 우려가 커진다. 엉뚱한 곳으로 짐을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발권 창구에서 짐을 부치기 전에도 사진을 찍어두는 게 좋다. 발권 창구를 배경으로 캐리어 외관을 찍고, 짐을 풀어 내부에 무엇이 들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을 찍는 게 좋다. 집에서 짐을 쌌을 때와 가방, 내용물이 똑같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항공기에 승객 짐을 싣는 장면. 항공기에 승객 짐을 싣는 장면.

짐을 부치기 전에 항공사 직원이 붙인 짐표를 확인하는 게 좋다. 짐표의 행선지가 제대로 적혔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직원이 가끔 실수할 수도 있다.

여행용 가방이 환승 과정에서 분실됐을 경우 화장품, 속옷 등을 사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가능하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게 좋다. 현금으로 지불할 경우 영수증을 꼭 챙겨야 한다. 여행자 보험에 가입할 때 이런 물품을 사서 사용한 비용을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좋다.


수화물 수취대에서 짐이 안 보인다면

먼저 공항 안내판에 번호가 뜬 수취대 외에 인근 수취대도 살펴봐야 한다. 짐을 엉뚱한 곳에 내려놓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짐이 없다면 짐을 담당하는 공항 직원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분실 신고를 해야 한다.

짐이 늦게라도 도착하면 반드시 항공사에 “보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공항에 찾으러 갈 필요나 이유는 없다. 만약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경우 항공사에 이동하는 숙소 주소를 알려줘야 한다.

여행용 가방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면 항공사의 보상 규정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대부분 항공사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상 규정을 올려둔다. 항공사마다 보상 규정이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잘 확인해야 한다. 항공사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한국소비자원이나 국토교통부 민원 부서에 연락하면 된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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