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시 심사평] 노동하는 육체 가져와 비유 리듬 증폭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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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언어로 건축하면서 자기를 실현하려는 노고가 반갑고 고마웠다. 한미정의 ‘거베라에 대한 경배’ 외 2편, 이영숙의 ‘아침이 검고 정오는 무심하고 저녁은’ 외 2편, 이희복의 ‘이소’ 외 4편, 김혜린의 ‘작약’ 외 3편, 김해인의 ‘펜치가 필요한 시점’ 외 2편을 가려내어 거듭 읽었다. 한미정의 시편은 사물에 투사하면서 가족 이야기를 기술하는 솜씨가 좋았고, 이영숙의 시편은 외부를 자기의 사건으로 시화하는 과정이 성실했으며, 이희복의 시편은 몸을 지닌 삶의 고단한 일상을 시적 언어로 잘 육화하였다. 모두 일정한 수준을 갖춘 작품들이다. 남겨진 김혜린의 시편은 진정한 관계를 염원하는 마음의 움직임을 매우 섬세하게 표현하였고, 김해인의 시편은 노동하는 삶을 통하여 자기를 성찰하는 발화가 진지하였다. 김혜린의 시편과 김해인의 시편을 두고 우리는 망설였다. 마음의 무늬에 상응하는 전자의 생생한 이미지들이 우리를 붙들었고, 경험의 구체성을 담보하는 언어의 명징함을 지닌 후자가 우리를 사로잡았다. 둘을 모두 신인으로 내어놓아도 좋을 만큼 시적 성취를 보였기에 우리의 선택은 지체되었다. 마침내 이미지의 미학보다 구체적 삶의 언어로 기울었다. 김해인의 ‘펜치가 필요한 시점’을 당선작으로 선정한다. 공구와 더불어 노동하는 육체를 말하면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노래하였는데, 처음에서 중간을 지나 끝에 이르기까지 시적 긴장을 잃지 않으면서 의미를 증폭하는 비유와 리듬을 잘 형성하였다. 정진하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구모룡 평론가, 성선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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