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시조 심사평] 더 깊어지고 단단해지는 인생 잘 노래해
꽂아놓은 꽃과 썩 잘 어울리는 화병처럼, 과일을 담은 편안한 광주리처럼 자연스러운 미학을 머금고 있는 시조를 기다린다. 시대를 관조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는 척 독자를 바라보는 그런 시조를 고대한다. 가락을 잘 살리면서도 가락에 휘둘리지 않고 시적 전언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시조, 자기만의 눈으로 새로운 소재를 찾아내어 세상을 이야기하는 시조….
이런 기대를 품고 보물찾기하듯 투고 작품을 읽어나갔다. ‘따옴표’가 보이고 ‘옷의 감정’이 보이고 ‘코리아 케라톱스’가 보이고 ‘현수막’이 보이고 ‘입을 지나는 문장’이 보였다. 그리고 ‘다마스커스 칼’이 눈에 들어왔다. 예사롭지 않은 작품들이었기에 개성과 언어의 세밀도, 진정성, 비유의 적절성과 긴장감 등을 놓치지 않으려고 여러 번 반복해 읽으면서 고심했다.
그런 끝에 ‘옷의 감정’과 ‘다마스커스 칼’, 두 편이 손에 남았다. 두 작품 모두 말 부림이 예사롭지 않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옷의 감정’은 세련미에서는 훨씬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소재 면에서 살펴보면 너무 흔한 일상 풍경이어서 새롭지 않았다. 심사숙고한 끝에 올해의 영광을 ‘다마스커스 칼’에게 돌리기로 했다. 이 작품은 접쇠하여 강해지는 전투용 칼을 통해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지고 더 단단해지는 인생을 노래하고 있다. 작가 스스로 다짐하는 자성록 같기도 하고 우리 누구에게나 필요한 금언 같기도 한 메시지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작품이다. 맑고, 날카롭고, 따뜻한 시인으로 대성하길 바란다.
심사위원 이우걸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