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가야사 밝힌다” 합천 소오리 고분군 긴급발굴조사 ‘성과’
도굴·훼손 심한 소오리 고분군 발굴조사
둥근고리자루큰칼 등 가야유물 다수 출토
‘가야시대 고분 성격 파악’ 기초자료 확보
경남 합천군 소오리 고분군에서 가야시대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
합천군은 지난 28일 삼가면에 위치한 가야시대 비지정고분군인 소오리 고분군 44·57호분 발굴조사 현장에서 고분군에 대한 학술자문회의·현장설명회를 가졌다고 2일 밝혔다. 이번 긴급발굴조사는 지난해 문화재청 ‘매장문화재 긴급발굴조사 공모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시작됐다. 사업 대상인 소오리 고분군 44·57호분은 앞서 도굴과 지속적인 훼손으로 인해 발굴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군은 이번 조사를 통해 유적의 합리적인 관리방안 수립과 고분군의 성격 파악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가야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이 발견돼 지역 가야사 연구에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합천군 삼가면에 있는 소오리 고분군은 지난 2021~2022년 정밀지표조사를 통해 발견됐다. 대형분과 중소형 봉토분 60기가 해발 150m 정도의 완만한 언덕 위에 조성돼 있으며, 언덕 정상부에서 북쪽으로 뻗어 내린 두 갈래의 능선을 따라 밀집분포하고 있다.
이 가운데 44호분은 기존 임도 개설로 인해 1/3 이상이 훼손돼 돌덧널 내부가 노출된 상태로 확인됐다. 봉토분 내부에 총 4기의 돌덧널무덤이 순차적으로 축조된 다곽식 고분이다. 유물은 대부분 도굴된 상태로, 1~3호 돌덧널무덤 내부에서 개(蓋, 토기뚜껑) 1점 씩만 수습됐다.
57호분은 언덕 끝부분에 조성됐으며, 최근 봉토분 내 돌덧널무덤 2기가 도굴돼 덮개돌이 흩어져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총 8기의 돌덧널무덤이 서로 다른 시기에 축조된 다곽식 고분으로, 인접한 삼가 고분군에서 확인된 삼가식 고분의 형식과 같다. 유물은 1·2·6호 돌덧널무덤에서 둥근고리자루큰칼, 쇠도끼, 귀걸이, 꺾쇠 등의 철기 유물과 긴목항아리, 뚜껑접시, 그릇받침 등의 토기류가 출토됐다.
삼가식 고분은 독특한 다곽식 구조로 하나의 봉분에 매장주체부를 마련한 뒤 이후에 다시 봉분 일부를 갈라서 새로운 매장주체부를 구성한다.
이러한 행위가 여러 번 이루어지면서 거대한 하나의 봉분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각각의 매장주체부를 파괴하지 않고 묘역을 확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삼가식 고분은 삼가 고분군을 중심으로 주변의 소오리 고분군, 안계리 고분군, 의령 천곡리 고분군을 비롯해 남강 유역의 산청 명동고분군, 진주 가좌동 고분군, 의령 오천리 고분군 등에서 확인됐다.
합천군 관계자는 “조사된 봉토분이 이미 도굴되거나 훼손돼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일부 석곽묘에서 둥근고리자루큰칼 등 귀중한 유물이 발견돼 삼가면 일대 가야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이번 학술자문회의와 현장 공개를 통해 지역주민과 함께 유적의 가치를 공유하고 보존관리의 당위성·중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