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말 믿었는데 노후자금 반토막”…‘19조’ 홍콩ELS 손실 본격화
금감원, 국민은행 등 12곳 현장검사
올해 상반기에만 10조 원 만기
금감원 “위법 사항 시…엄중 조치”
2021년 초 고점을 찍었던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가 50% 넘게 빠지며 손실 구간에 들어간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만기가 이달부터 돌아온다. 투자자 손실 사례와 규모가 점차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주요 판매사에 대해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8일부터 홍콩H지수 연계 ELS 주요 판매사 12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투자증권)에 대해 순차 현장검사를 실시한다고 7일 밝혔다.
업권별 최대 판매사인 KB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이달 중 나머지 10개 판매사에 대해서도 검사를 실시한다. 특히 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는 분쟁민원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민원 조사도 동시에 실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현장검사를 통해 H지수 ELS 판매와 관련한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등 위법사항을 확인하는 대로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앞서 은행권은 2019년 사모펀드 사태 이후 투자자 보호를 전제로 ELS 같은 고난도 금융상품의 신탁판매 허용을 요청했던 점을 고려해 고객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영업 행태로 인한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중히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금감원의 현장 조사 결과 KB국민은행은 지수 변동성이 30% 이상이면 ELS 상품 판매 목표금액의 50%만 판매한다는 기존 규정을 80%로 무리하게 바꾸면서 영업우선정책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은행 핵심성과지표(KPI)에 고위험 ELS나 주가 연계 신탁(ELT)과 직접·간접적으로 연계되는 점수 비중을 높여 직원들에게 ELS 판매 확대를 유도한 정황도 파악됐다.
또한 신탁계약서, 투자자정보 확인서 등 일부 계약 관련 서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의해 10년간 보관해야 하지만, 일부 금융사가 보관하지 않은 사례도 발견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금융권의 홍콩 H지수 ELS 총 판매잔액은 19조 3000억 원이다. 이중 은행이 15조 9000억 원(24만 8000계좌), 증권이 3조 4000억 원(15만 5000계좌)을 팔았다. 대부분이 개인투자자(17조 7000억 원·91.4%)에 판매됐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의 판매 금액은 5조 4000억 원으로 전체의 30.5%에 달했다.
이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는 전체 잔액의 79.6%인 15조 4000억 원이다. 상반기에만 10조 원이 넘는 금액이 만기가 도래한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