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북한 미사일 추정' 잔해 공개…"정보 지우려 한 흔적"
러시아산과 제조 방식 등 상이
내부 각인 숫자 흐릿해진 흔적
북 열병식 공개 미사일과 유사
미, KN-23·KN-24 포함 주장
미국 정부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북한으로부터 제공받은 미사일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는 북한산 미사일로 추정되는 잔해를 증거로 공개했다.
로이터 통신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검찰 대변인 드미트로 추벤코는 이날 러시아가 하르키우 공습에 사용한 미사일 중 하나의 잔해를 공개, 러시아산과는 제조 방식 등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추벤코 대변인은 “이 미사일의 종류는 아직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면서도 “미사일의 크기와 배선 장치 등이 기존의 러시아산 미사일과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미사일이 러시아가 주로 사용해 온 이스칸데르 미사일보다 직경이 더 크며, 내부의 배선 기술이나 제조 방식도 보다 구형이라고 설명했다.
잔해 중에는 부품에 각인된 숫자 등 제작 정보가 흐려진 부분도 있었다고 추벤코 대변인은 전했다. 추벤코 대변인은 “러시아 미사일에는 내부 규칙에 따라 미사일을 만든 공장 근로자의 이름 등의 정보가 비교적 선명히 새겨져 있다”며 “(북한산 추정)미사일에는 그런 정보가 없으며 내부에 새겨진 숫자 각인들도 선명하지 않고 오히려 흐릿해진 흔적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사일 잔해에서 확인된 노즐과 꼬리 부분이 그간 북한군이 열병식 등에서 공개했던 미사일과 형태가 유사하다며 이를 근거로 해당 미사일이 북한에서 제공됐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하르키우 검찰 측은 해당 잔해가 북한산 미사일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발견된 것은 아니며 러시아가 미사일 제조사를 다른 곳으로 바꿨거나 제3의 국가로부터 제공받았을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추벤코 대변인은 “현재로서는 북한이나 다른 국가가 이 미사일을 러시아에 제공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가 최근 북한에서 넘겨받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지난달 30일 최소 한발의 북한 탄도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발사한 데 이어 올 들어 2일에도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야간공습 등에 여러 발의 북한제 탄도미사일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북한이 제공한 SRBM에 KN-23과 KN-24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KN-23과 KN-24은 각각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 미국의 에이테킴스 미사일을 본 따 북한이 자체 개발했다.
백악관은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북한이 러시아에 컨테이너 1000개 이상 분량의 무기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는 주로 재래식 포탄일 것으로 추정됐는데 우크라이나 전황을 볼 때 북·러 간 무기 거래는 보다 광범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 대가로 무기 관련 기술을 제공받기를 원한다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커비 조정관은 북한이 러시아에서 전투기와 지대공 미사일, 장갑차, 탄도미사일 생산 장비 및 기타 첨단 기술 등을 지원받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북한과의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기 때문에 미국은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방침이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과 러시아는 모두 북한 무기 금수를 규정한 유엔 안보리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10일 예정된 우크라이나 관련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제재 위반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