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진·지진해일에 한반도 지하수까지 ‘출렁’
지질자원연, 전국 3곳에서 관측
지진해일 따른 수위 변화 첫 확인
묵호항 도달 후 최대 10cm 변동
문경은 3시간 동안 최대 107cm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연구진이 지난해 2월 튀르키예 대지진에 이어 최근 일본 강진의 지진파로 인한 지하수위 변동을 측정한 결과, 지진해일이 지하수 수위 변동에 영향을 준 것을 밝혀냈다.
10일 KIGAM에 따르면 지질자원연구원 지하수환경연구센터는 지난 1일 발생한 일본 이시카와현 강진(규모 7.6) 이후 국내 지하수 관측정 3곳(문경·강릉·양구)에서 지하수 수위 변화를 관측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강원도 동해 묵호 등에 도달한 지진해일이 우리나라 국내 지하수 수위 변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앞서 지난해 2월 튀르키예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지진파로 인해 국내 지하수 수위가 변동된 적이 있었다.
먼저 진앙에서 약 800km 떨어진 문경 지하수 관측정에는 지진파의 영향으로 지하수 수위 변동 폭이 최대 107.1cm에 이르는 것을 확인했다. 변동 시간은 3시간이었다.
연구진은 1초 간격 모니터링을 통해 상승과 하강의 반복현상(오실레이션)을 탐지했다. 지진이 일어나면 지진파에 의해 지하수가 있는 대수층 주변 암석들에 압력이 가해진다. 이로 인해 대수층에 압축과 팽창이 발생해 지하수 수위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오실레이션(Oscillation)이 일어난다.
양구 지하수 관측정에서는 동일한 지진파의 영향으로 지하수 수위가 순간적으로 하강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급격한 지하수 수위 하강은 지하수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강릉 지하수 관측정은 지진해일로 인한 지하수 수위 변동을 국내 최초로 관측한 곳이다. 지진해일은 묵호항에 지난 1일 오후 6시 5분 도달했다. 이로 인해 약 10cm의 지하수 수위 변화가 이날 오후 6시 10분부터 다음 날 오전 4시 10분까지 10시간가량 지속됐다. 지질자원연구원 측은 “관측 결과를 보면 지진해일이 해안대수층에 해수를 유입(해수침투)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안지반의 안정성 측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특히 강릉 지하수 관측정은 공동(空洞)이 많이 분포돼 있어 해수의 영향을 쉽게 받는 구조다. 해일에 따른 지하수 변동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또 지진해일의 경우 해양의 조석 현상에 따라 그 영향이 다를 수 있다. 이에 따라 강릉 지하수 관측정은 해양 조석을 고려해 지진해일이 지하수 수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시뮬레이션한다. 해양 조석은 밀물과 썰물로 해수면이 주기적으로 오르내리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수형 책임연구원은 “주변 나라에서 강진이 발생하면 지하수 수량과 수질 변화 등 국내 지하 환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진으로 발생한 지진해일은 해안대수층과 해안지반 등의 연안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점에서 유의미한 연구 결과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평구 지질자원연구원장은 “일본 지진의 영향 때문이 아니더라도 한반도의 동해안은 지진해일(쓰나미)의 위험이 상존하는 지역”이라며 “올해 5월에 취항하는 최첨단 물리탐사연구선 ‘탐해3호’를 활용해 해저단층조사와 정밀한 해저지형도 작성 등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