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동 휠체어에 몸 싣고 피사체 찰나 포착하죠”
영도 출신 중증 지체장애인 이상윤 사진가
부산국제사진제 5년째 참여하며 최다 참가
약사로 살아가다 2012년 사진 활동 시작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소시민 조명할 것”
“전동 휠체어에 몸을 싣고 찰나의 피사체를 포착합니다.”
부산국제사진제 최다 참여 사진가인 이상윤(66) 작가가 본인을 소개했다. 그는 5년째 부산국제사진제에 이름을 올린 사진가다. 참가 첫해에는 ‘최우수작가상’과 ‘최우수 포트폴리오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영(靈)’이란 주제로 동해안별신굿을 찰나의 컷에 담아낸 작품 16점을 전시해 ‘작가와의 대화’에도 초청됐다. 이 작가는 “동해안별신굿의 시공을 초월한 영적 아우라를 카메라 앵글을 통해 찰나의 컷으로 담아냄으로써 인류의 무사와 안녕을 기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산 영도 출신인 이 작가는 중증 지체장애인이다. 남포동과 광복동, 자갈치시장의 눈부신 성장을 지켜봐야 했던 외로운 섬이 영도라고 했다. 그는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삶에 대해 느꼈고, 작품을 통해 인간 사회와 내면을 조명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육체적 한계 역시 깨우침의 계기가 됐다. 이 작가는 어린 시절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갔다. 그렇게 대학교를 졸업한 뒤 결혼을 하고 약사로 활동했다. 자식을 낳아 남부럽지 않게 키우며 냉혹한 세상 틈바구니에 뿌리를 내렸다.
2012년 여름 이 작가는 중고 시장 진열대 위 카메라와 마주했다. 홀린 듯이 잡은 카메라를 구입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거리를 누비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 활기와 생명력, 원망과 절규, 치열함과 냉혹함을 이겨내기 위한 혈투를 담았다”며 “어릴 적부터 찾고자 했던 에너지가 거기 있었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주말마다 부산역으로 향했다. 노숙인들과 차를 마시며 환담을 나눴다. 그들과 라포(친밀함)를 형성해 살아있는 다큐처럼 생생한 희로애락과 오욕을 담고자 했다. 그는 노숙인들과 함께하며 외로움 틈새에서 이따금 피어나는 따스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렇게 완성한 작품이 부산역 노숙인들을 조명한 ‘떠도는 자들의 우편번호’다. 이 작품은 2019년 ‘최우수작가상’과 ‘최우수 포트폴리오상’을 수상했다.
그는 “신자유주의가 팽배하고 IMF를 거치면서 사회 양극화가 심해졌다”며 “그 과정에서 예전보다 훨씬 힘겹고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소시민들을 조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불안·고독·자기 분열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작고 보잘 것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들 모습을 직접 조명하거나 다른 생명으로 투영한 작품을 계속 발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이 작가는 ‘모과’에 대한 작품을 준비 중이다. 작품 제목은 과일 모과(木瓜)의 한자를 바꾸어 ‘어미 모’ 자에 ‘지날 과’ 자를 사용해 ‘모과(母過)’로 지을 예정이다. 이 작가는 “모과라는 과일을 통해 어머니가 지나온 삶의 이력을 비추는 작업을 준비 중”이라며 “아버지들은 가시고기로 묘사됐던 만큼 어머니도 모과로 조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