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3개 선거… ‘가짜뉴스와의 전쟁’ 선포한 지구촌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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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3일 대만 총통 선거 등
나라별로 예민한 선거 줄줄이
유권자만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중국·러시아 선거 공작 가능성
SNS 통한 극단적 메시지 우려

지난 2021년 미국 대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 수천 명이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 모여 있다. 이 중 수백 명은 의사당으로 난입해 원형 홀까지 점거했다.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사당 점거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던 미 의회는 큰 진통을 겪었다. AP연합뉴스 지난 2021년 미국 대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 수천 명이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 모여 있다. 이 중 수백 명은 의사당으로 난입해 원형 홀까지 점거했다.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사당 점거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던 미 의회는 큰 진통을 겪었다. AP연합뉴스

올해 지구촌 곳곳에서 주요 선거를 앞두고 있어 가짜뉴스가 역대 가장 많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나라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일부 국가의 움직임, 극단주의 확산, 인공지능(AI) 기술 진화 등이 맞물려 가짜뉴스 확산을 부추길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전 세계에 향후 수십년간 영향을 미칠 주요 선거가 올해 예정된 가운데 가짜뉴스가 세계적 위협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대럴 웨스트 선임연구원은 “허위 정보의 ‘퍼펙트스톰(여러 악재의 복합적 작용으로 인한 큰 위기)’”이라고 말했다. 가짜뉴스가 선거에 영향을 미쳐 민주주의를 뒤흔들고 정치·사회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 컨설팅업체 앵커 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적으로 최소 83개의 선거가 예정돼 있다. 향후 24년 사이에 가장 큰 규모의 선거다. 유권자가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인 40억명을 넘을 것이라는 일각의 추산도 있다.

1월에만 최소 7개의 선거가 실시되는데, 이 중 13일 예정된 대만 총통 선거에 관심이 쏠린다. 대만 정부는 중국이 가짜뉴스와 군사 위협 등을 통해 총통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고 경고해왔다.

미국에서는 11월 대선이 열린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그의 극우 지지자들이 주도한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한 가짜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NYT는 “냉전 종식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한 민주주의가 대규모 이주, 기후변화, 경제적 불평등, 전쟁 등 각종 도전에 직면했고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유주의적이고 다원적인 사회에 대한 신뢰가 약화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인기영합주의자와 ‘스트롱맨’(독재자)이 국가 지도자로서 목소리를 키우는 계기도 됐다. 러시아, 중국 등 독재 국가들이 다른 나라의 내부 정치적 불만을 이용해 민주적 지배 체제와 리더십을 훼손하려 한다고 NYT는 설명했다. 이를 위해 종종 허위 정보 유포도 지원하며, 러시아와 중국의 이런 노력이 성공하면 각국에서 선거를 통해 권위주의적 지도자의 부상을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외교전문가 표도르 루키야노프는 “2024년은 서방의 자유주의 지도층이 세계 질서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해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양극화하며 전투적으로 변한 정치 환경은 혐오 발언과 가짜뉴스를 낳고 유권자의 편견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가장 극단적인 목소리 일부는 텔레그램, 비트슛 등 대안 SNS 플랫폼에서 힘을 얻으며 선거 정책과 입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AI 기술이 허위 정보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조슬린 벤스 미국 미시간주 국무장관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 “AI 생성 콘텐츠가 아주 국지적인 허위 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미국에서 2016년 대선 이후 유해 콘텐츠를 제한하려는 SNS 업체들의 노력이 약화했다는 지적도 남겼다. 메타와 유튜브, 엑스(X·옛 트위터)는 지난해 모니터링 팀을 축소하거나 재편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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