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남성의 음낭 통증
박현준 부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만성 통증, 신경통으로 고생하는 분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여러 만성 통증은 부위는 다르지만, 항상 우리를 괴롭히는 주요 질환 중 하나이다. 문제는 이러한 신경통, 만성 통증이 남성의 상징인 고환에도 생긴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환이 아니라 음낭, 즉, 고환을 둘러싸고 있는 부위에 발생한다. 필자가 외래 진료에서 만나는 환자 열 명 중 한 명은 음낭의 통증 때문에 오신 분일 정도로 흔하다.
의학적으로 정의를 내리자면, 만성 음낭통은 적어도 3개월 이상 만성적이고 간헐적으로 일어난다. 다양한 통증이 고환 혹은 음낭에 발생하여,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때 진단이 가능하다. 만성 음낭통을 호소하는 환자는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며 반복된 검사와 불만족스러운 치료 효과에 지쳐 있는 경우가 많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손상된 상태로 다음 의료진을 찾아가기 때문에, 이러한 환자를 대면하는 의료진으로서도 상당히 곤혹스러운 경우가 많이 생긴다.
음낭 통증은 오십견이나 무릎 관절통과 달리 나이에 관계없이 나타날 수 있다. 원인이 너무나 다양하고, 치료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환자가 이미 많이 지쳐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환자의 증상을 잘 새겨들어 통증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간혹, 음낭 통증을 만성 전립선염으로 오인해 오래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도 보게 된다. 대학병원에 오는 환자들 중에는 충분히 전립선염으로 치료를 받았는데도 고환 통증이 해소 안 되는 분도 꽤 있다. 대부분 통증의 원인이 전립선염이라기보다는 만성 음낭통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음낭 통증 환자를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 음낭과 고환을 만져 보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만약 정계정맥류, 감염, 부고환 혹, 정관절제술 후 통증 등과 같이 원인이 특정되는 경우는 비교적 치료가 수월하다. 하지만 절반 이상의 환자는 발생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 발생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거나 설명하기가 어려우므로 치료도 임시적인 통증 완화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음낭 통증을 연구하는 관련 학회에서도 아직은 명쾌한 진료 지침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치료의 가장 중요한 기본은 수술 치료를 고려하기 전에 반드시 할 수 있는 모든 약물치료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특히 음낭 통증은 단순한 피검사, 소변검사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숙련된 비뇨의학과 의사의 손이 정확한 원인을 감별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고환은 돌출 기관이기 때문에 CT, MRI보다 더 정확하게 손으로 만져서 병변을 확인할 수가 있다. 좌우 측 크기도 비교해 보고, 고환의 경도, 열감, 혹 같은 것이 있는지 만져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사의 손길은 환자의 불안감 완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