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에어부산 분리매각해 가덕신공항 거점 항공사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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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두 국적 항공사 합병 '조건부 승인'
산업은행, 지역 상공계와 협상 나서야

에어부산 항공기. 에어부산 제공 에어부산 항공기. 에어부산 제공

유럽연합(EU) 내 반독점 규제 당국인 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절차에 들어가면서 에어부산 분리매각의 얽힌 실타래까지 풀릴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 인수를 추진 중인 대한항공은 EC의 시정 조치안을 수용해 아시아나 화물사업 부문 매각, 유럽 4개 도시 노선의 슬롯(공항 이착륙 권리) 반납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EC는 회원국 반독점 당국의 의견 조회 절차를 거친 뒤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합병 승인 소식을 접한 지역민들은 아시아나 자회사인 에어부산만 떼어 내 지역 상공계가 분리 인수하는 수순으로 가는 청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2021년 시작된 두 국적 항공사 간의 합병 논의는 EU와 미국, 일본의 반독점 규제를 넘지 못해 해를 넘겨 난항이다. 그 와중에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지역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이다. KDB산업은행을 위시한 채권단의 관리에 있다 보니 미래 지향적인 경영 활동은 언감생심이었다. 매각을 앞둔 탓에 제때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항공기와 인력 보강에 차질이 빚어져 경쟁력을 잃어 가는 상황이었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했으나 손발이 묶이는 바람에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기회도 놓치고 있다. 지역 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국내 유일 항공사인 에어부산의 위상 추락을 지역민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보고 있다.

그간 산업은행은 반독점 심사 핑계만 내세우며 지역의 분리매각 요구에는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분리매각은 선택지에 없다는 투로 아예 논의 자체를 회피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연말 부산을 찾은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이 EC 심사 결과를 전제로 “논의해 볼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선 것은 에어부산이 지금 새 주인을 찾지 않으면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는 위중한 상태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국제 경쟁에서 알짜 화물사업까지 포기하면서 지역의 미래가 걸려 있는 거점 항공사의 발목을 잡을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지역에서 에어부산은 단순히 하나의 LCC(저비용 항공사)가 아니다. 2029년 개항을 앞두고 있는 가덕신공항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거점 항공사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에어부산 본사를 부산에 두는 것은 남부권과 일본 규슈 등 인구 2500만 명의 항공 수요를 감당하는 ‘LCC 허브’가 되려는 가덕신공항의 위상과도 직결된 문제다. 부산시가 15일 ‘부산 거점 항공사 지원 조례’를 하반기 제정해 장비 도입과 일자리 창출, 여행상품 개발, 마케팅 비용 지원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이유다. 에어부산은 지역민의 손으로 키운 항공사다. 은행 채권단은 즉각 부산 상공계와 분리매각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부산이 글로벌 허브 도시로 도약의 날갯짓을 시작할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에어부산은 하루빨리 지역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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