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밀어주는 반도체 육성, 지역 불균형 심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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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제외, 수도권 집중 가속화 전망
과거 정책 재탕 총선 선심성 공약 비판도

15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세 번째,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 현장 모습. 대통령실 제공 15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세 번째,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 현장 모습. 대통령실 제공

정부가 15일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민관 투자로 2047년까지 총 622조 원을 투입해 경기 남부 일대를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만든다는 게 골자다. 취지와 명분은 분명하다. 날로 격화하는 전 세계 반도체 산업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하루빨리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국가적 전략 사업에서 비수도권은 역시나 제외됐다. 거대한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인력·자본·인프라·서비스 등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화돼 결국 지역 불균형과 지역소멸 가속화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엄청난 규모다. 평택·화성·용인·이천·안성·성남 판교·수원 등 반도체 기업과 관련 기관이 밀집한 경기 남부 일대가 그 대상 지역이다. 여기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민간 주도로 16개의 새로운 생산공장(팹)을 신설해 총 37개의 팹을 조성한다고 한다. 클러스터의 면적은 여의도 7배인 2102만㎡로, 2030년 기준 월 770만 장의 웨이퍼(반도체 기판)가 생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은 국가 간 경쟁이 심해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의 정부가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에 파격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라고 마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런데 정부는 비수도권 지역이 어째서 국가 전략산업에서 제외됐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반도체 기업이 비수도권에 오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는 시각이 숨어 있는 건 아닌가. 지역에 대한 왜곡된 관점은 반도체 산업의 안정적 전기 공급을 위해 ‘원전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에서도 드러난다. 원전은 세계 최대 밀집지인 부울경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위치해 있으나 수도권에는 없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 같은 전략산업 유치에 원전 지역이 포함됐다는 소식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비수도권은 원전의 위험성을 무릅쓰고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는데도 여전히 희생만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그런 점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아무런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다. 클러스터 사업 이전에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라든지 택지 공급 확대 정책 같은 일련의 조치들도 ‘지방시대’를 부르짖는 현 정부의 기조와는 줄곧 충돌했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이번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지난해 3월 정부가 내놓은 첨단산업 육성 전략과 큰 틀에서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이라 총선을 앞둔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하지 않은 수도권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는 데 그 해법이 있다고 본다. 정부는 비수도권 반도체 산업과의 연계 방안 등 실질적 보완책을 적극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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