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뮤지컬어워즈’ 조승우·정선아 주연상… 공로상은 ‘학전’
화기애애한 분위기 뮤지컬 축제
대상은 창작 뮤지컬 ‘시스터즈’
화려한 축하 공연에 관객 환호
한마음 한뜻으로 ‘학전 살리기’
화기애애하고 따뜻한 축제의 현장이었다.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가 열린 15일 밤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엔 웃음이 가득했다. 올해 대상은 ‘시스터즈’가, 배우 조승우와 정선아가 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오는 3월 폐관이 예정됐던 소극장 학전은 공로상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은 올해 후보에 오른 작품들의 메들리로 꾸민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사회를 맡은 뮤지컬 배우 이건명은 “지난해 공연한 131편 중 71편의 작품이 올해 출품됐다”고 밝혔다.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와 관객들은 축하무대가 이어질 때마다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며 뜨거운 분위기를 즐겼다.
■환호·박수 가득 ‘뮤지컬 축제’
올해 수상자 면면이 화려했다. 배우 조승우는 ‘오페라의 유령’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조승우는 수상자로 호명된 뒤 무대에 올라 “‘오페라의 유령’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며 “국내 최고령 ‘유령’으로 시작해 아직도 최고령 ‘유령’으로 활동하고 있고, 지금도 대구에서 노를 젓고, 왜곡된 사랑으로 인해 천장을 뛰어 다닌다”고 했다.
그는 “부산에서 공연하면서 ‘이 작품 정말 명작인 것 같다. 나 지금 되게 행복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면서 “어제까지 98회 공연을 했는데, 그 마음 그대로 서울·대구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덧 40대 중반이고 24년 차인데, 언제나 머물러있지 않고 고통을 감수하다 보면 한 발자국은 아니더라도 반 발자국은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조승우는 이어 “끝까지 멱살 잡고 ‘다른 사람 것이 아닌 네 것을 하라’고 이끌어준 양주인 음악감독께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이프덴’에 출연한 정선아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정선아는 “너무 오랜만에 큰 상을 받아 기분도 묘하고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임신과 출산을 하면서 참 많이 고민했다”며 “뮤지컬을 나름 오래했지만, 아이를 낳고 복귀를 잘 할 수 있을까, 다시 예전처럼 무대 위에서 춤과 노래를 할 수 있을까 고민과 두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프덴’이라는 나와 잘 맞는 작품으로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눈물을 보여 벅찬 마음을 보였다.
■‘시스터즈’ 대상 트로피
‘시스터즈’는 ‘22년 2개월’ ‘더데빌: 에덴’ ‘비밀의 화원’ ‘순신’ 등 다른 후보작을 제치고 대상 트로피를 받았다. 대상은 지난해 국내에서 초연한 창작 뮤지컬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 주는 상이다. 지난해 9월 초연한 ‘시스터즈’는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저고리시스터부터 김시스터즈, 이시스터즈 등 한국 원조 걸그룹의 음악과 삶을 조명한 작품이다.
조연상은 ‘렌트’의 김호영, ‘이프덴’의 이아름솔에게 돌아갔다. 김호영은 “22년 전인 2002년 ‘렌트’의 엔젤로 데뷔해 2004년, 2007년, 2020년, 2023~2024년까지 총 다섯 번의 엔젤을 맡았다”면서 “엔젤은 신선함이 있어야 하는데 제가 이 역할 만큼은 너무 노련해진 것 아닌가 싶어 이번을 마지막으로 떠난다”고 했다. 김호영은 이어 “최장수, 최고령 엔젤로 수고했다고 주신 상이 아닐까 싶다”며 “여러분, 너무 끌어 올려지는 밤이에요. 끌어올려”라며 유행어로 마무리 인사를 했다.
‘오페라의 유령’ 김주택은 남자 신인상을, ‘인터뷰’의 박새힘은 여자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앙상블상은 ‘멤피스’, 아동가족뮤지컬상은 ‘장수탕 선녀님’이었다. 이외에도 연출상은 김태형(멤피스), 극본상 김한솔(라흐 헤스트), 음악상 작곡 정혜지·문혜성(라흐 헤스트), 음악상 오케스트레이션 구소영(이프덴), 무대예술상 강국현(멤피스)·조수현(이프덴)이었다. 안무상은 신선호(시스터즈), 프로듀서상은 쇼노트에게 돌아갔다.
■한마음 한뜻 ‘학전 살리기’
이날 공로상은 학전이 수상했다. 대한민국 공연예술의 산실로 33년간 대학로를 지켜온 학전은 지속적인 재정난과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가 겹쳐 오는 3월 폐관을 예고했다. 다만 각계각층에서 ‘학전 살리기’에 나서 공연의 불씨는 살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간을 임대해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김민기 대표를 대신해 무대에 오른 배우 장현성은 “학전 1기 생활을 시작으로 배우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고 인사했다. 그는 “학전은 1991년에 소극장 학전으로 개관했고, 1994년 극단 학전이 생겨나 올해로 33주년을 맞았다”면서 “지금까지 450명의 배우, 300명의 스태프, 200명의 직원들이 학전을 지켰다. 그 중심에는 김민기 선생님이 계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의 “학전을 거쳐간 배우, 관객, 스태프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꼭 다시 일어나겠습니다”는 소감을 대독했다.
조승우도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2000년 9월에 학전 극단 뮤지컬 ‘의형제’로 데뷔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조승우는 ”스물 한 살에 무대가 줄 수 있는 감동과 아름다움을 깊이 새겼다”면서 “학전은 내게 배움의 터전이자 추억의 장소였고, 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민기 선생님은 스승이자 아버지이자 친구이자, 가장 친하고 편안한 동료였다”며 “이 상의 영광을 학전과 김민기 선생님께 바치겠다”고 말했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도 “문화예술계의 영원한 장인 김민기 선생님의 쾌유를 빈다”고 했다.
이날 시상자로 나온 유병채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학전과 김민기의 뜻을 이어나가기 위한 논의를 계속해왔다”며 “3월 이후에도 학전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