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일본이다" 개미들 새해부터 '주식 쇼핑'
닛케이225지수 역사적 고점
국내 투자자 742억 원 순매수
반도체·게임 종목 집중 매수
"일 증시 당분간 강세" 예상
국내 투자자들이 새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 증시에 대규모 매수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증시가 ‘거품 경제’ 시절이던 1990년 이후 약 3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쏠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을 742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달 전체 순매수액(83억 원)의 9배 수준이다.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순매수액은 지난해 4월부터 증가세를 보이다 역대급 엔화 약세에 이른바 ‘엔테크’ 열풍이 고조된 7월에는 2033억 원까지 크게 늘어났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달에는 80억 원대로 쪼그라들었지만, 올해 들어 다시 급증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일본 주식 보관 금액도 5조 190억 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804억 원 늘었다. NH투자증권 백찬규 연구원은 “닛케이225지수가 최근 역사적 고점을 경신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가운데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일본 정부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 기업에 대해 재평가 받을 기회를 만드는 등 삼박자가 맞다 보니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지난 11일 34년 만에 3만 5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15일에는 장중 3만 6000선도 넘어서는 등 1990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닛케이225지수 상승률(6.3%)은 주요 20개국(G20) 증시 중에서 아르헨티나(11.1%)와 튀르키예(6.9%)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코스피는 4.9% 하락해 꼴찌를 기록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순매수는 주로 반도체 부품과 게임 관련 종목 중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게임 개발 기업 ‘캡콤’으로 총 15억 3000만 원이다. 반도체 장비 업체인 도쿄일렉트론(13억 9000만 원)과 게임 관련 기업 스퀘어에닉스홀딩스(8억 2000만 원)도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더블유스코프·넥슨·혼다자동차·TDK 등이 뒤를 이었다.
백 연구원은 “일본이 게임 산업에 강해 꾸준하게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반도체의 경우 미·중 갈등 이후 미국 중심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이 생성된 가운데 일본 반도체 기업이 사슬 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큰 흐름에서 볼 때 주가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리츠증권 황수욱 연구원도 “일본 통화정책 정상화 관련 명확한 이벤트가 없으면 일본 증시 강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통화정책 정상화 재개 가능성이 있는 3~4월 전후로는 상승 추세가 다소 둔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