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부족한 하림 인수 땐 HMM 파산할 수도"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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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해원노조 전정근 위원장
하림의 HMM 인수 막기 위해
파업·대통령실 집회 등 투쟁
"채권단이 하림에 끌려다닌다"
졸속매각 중단 후 재입찰 주장

HMM해원노조 전정근 위원장이 지난 15일 부산 중구 노조 사무실에서 <부산일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위). 하림그룹의 HMM 인수를 반대하는 노조의 선상 시위. 이상배 기자·HMM해원노조 제공 HMM해원노조 전정근 위원장이 지난 15일 부산 중구 노조 사무실에서 <부산일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위). 하림그룹의 HMM 인수를 반대하는 노조의 선상 시위. 이상배 기자·HMM해원노조 제공

“하림은 HMM 인수에 손을 떼야 합니다.”

지난달 HMM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보유 지분 약 58%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을 선정했다. 하림은 인수 가격으로 6조 400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조달 방법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HMM 노조는 하림의 인수를 반대하며 사상 첫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부산 중구 HMM해원연합노동조합(해원노조) 사무실에서 전정근 위원장을 만나 노조의 입장과 추후 계획을 들었다.

먼저 전 위원장은 하림의 HMM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로 불투명한 자금 조달 계획을 꼽았다.

“하림이 HMM을 인수할 만큼 현금성 자산이 있거나 자금 조달 계획이 탄탄했다면 문제 될 게 없습니다. 하지만 공시 정보를 보면 하림은 현금 흐름이나 유보금이 굉장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결국 외부 차입이나 인수 금융, 팬오션 유상증자를 통해 외부 돈을 무리해서 끌어 쓸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에 대한 어떤 계획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어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이 인수할 경우 HMM이 파산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파업을 불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림은 HMM 유보금을 배당에 쓰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그룹이 위험에 빠지면 (유보금을)어떻게 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만일 HMM이 속 빈 강정이 돼서 다시 매물로 나온다면 이때는 정부가 아무리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도 살아날 수 없을 겁니다.”

2조~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팬오션 유상증자도 지적했다. 팬오션의 시가총액은 17일 종가 기준 약 1조 9351억 원이다.

“자기 시총을 뛰어넘는 금액을 유상증자하면 주식 가치가 떨어져 팬오션 소액 주주들은 물론, 약 8%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도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채권단이 HMM 매각을 중단한 뒤 추후 재입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수출입의 99.7%가 해운으로 이뤄집니다. 그만큼 HMM이라는 국적 컨테이너 선사는 공공재 성격이 큽니다. HMM이 파산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입은 큰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자금 조달 계획조차 불투명한 기업에 서둘러 매각하는 것보다 조금만 더 시간을 갖고 제대로 된 새 주인을 찾아야 합니다.”

노조는 파업 절차를 밟는 동시에 오는 25일 대통령실 앞에서 단체 집회를 여는 등 대외 투쟁도 이어간다.

“채권단은 어떤 기업이 HMM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없이 서둘러 매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사상 첫 파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당장 내달 인수 예정인 선박 출항부터 막을 예정입니다. 조합원 이익이 아닌 해운업 전체를 위해 HMM 졸속매각을 막겠습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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