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공천 자격 심사’, 갈등 증폭에 지역구 혼란 초래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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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공천 비난 일자 재논의 고개
정봉주 미투 판결 논란에 버티기
계양을 이재명 적격 발표하고도
원희룡 맞불에 “지역 선택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천 내홍’이 심화되고 있다. ‘사전 검증’에 해당하는 ‘공천 자격 심사’부터 논란이 거세다. 심사 통과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데다 심사 기준이 된 ‘출마 지역구’에 대해서도 “확정된 게 아니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 지도부도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논란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결과 발표를 마지막으로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검증’을 마무리했지만 검증에서 적격 판정을 받은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이 도덕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경기도 성남 중원구에 공천 신청을 해서 적격 판정을 받았던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성희롱 발언’ 논란으로 결국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울 강북을에 공천을 신청해 자격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았지만 ‘성비위 트로이카’의 하나로 지목된 정봉주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은 출마 강행 의지를 밝혔다. 정 원장은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형사(소송)에서 성추행이 없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며 “(내가)왜 불출마를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북을 현역인 박용진 의원은 정 원장이 부적격이라고 비판했다. 정 원장 민사소송 관련 판결문에서 법원은 “보도 내용(미투 논란)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공천 자격 심사 관련 논란이 확산되자 당 지도부는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미 적격 판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필요하면 다시 논의할 수 있다”면서 “검증위를 통과했다고 다 통과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공천 자격 심사와 관련해선 이재명 대표의 행보도 논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발표된 마지막 자격심사 적격 명단에서 현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의 ‘적격자’로 발표됐다. 공천 자격 심사가 후보자들이 신청한 지역구별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 대표가 현 지역구 재출마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친명계 일각에선 이 대표가 계양을에 다시 출마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박성준 대변인은 17일 “이 대표가 총선에서 어느 지역을 선택했다고 발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계양을에서 ‘이재명 대 원희룡’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리 예측하고 얘기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명계의 이런 태도는 민주당에서 이 대표에 대한 ‘험지출마’ 요구가 거셌던 지난해와 다르다. 지난해 11월 친명계 박찬대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비명계의 이 대표 험지출마 요구에 대해 “대표의 행보로 볼 때 지역구 의원으로서 자리(계양을)를 지키면서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계획을 갖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계양을 재출마냐는 물음에 “네”라면서 “현재의 스탠스는 그렇다”고 말했다.

친명계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 대표의 계양을 출마를 ‘방어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가 계양을이 아닌 다른 지역구에 출마하거나 비례대표 출마를 선택할 경우 공천 자격 심사 절차의 무력화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자신의 출마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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