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 차단·인적 쇄신’ 두 토끼 노렸지만 체감 온도 제각각
국힘 공천 룰 부산 출마자 반응
감점 불만 불구 중진 “정면 돌파”
일각에선 “이중 처벌” 볼멘소리도
초선, 컷오프 비율 최소화 안도
신인·여성 가점 ‘조삼모사’ 비난
“못한 중진 잘난 신인 겨우 경쟁”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16일 발표한 22대 총선 ‘공천 룰’에 따른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PK)의 경우 총선 출마 예정자의 선수, 인지도, 인물 경쟁력에 따라 바뀐 룰을 바라보는 ‘온도 차’가 확연하다.
일반 공관위가 첫 회의 때 전격적으로 이를 발표한 데 대해 컷오프(공천 배제) 비율을 낮춰 현역 반발에 따른 당 분열을 차단하는 대신, ‘영남 중진’을 정조준한 경선 시스템으로 인적 쇄신을 노리겠다는 여권 핵심의 의중이 치밀하게 깔렸다는 시각이 나온다. 그러나 컷오프(공천배제) 비율을 당초 예상했던 ‘20%+알파’에서 크게 축소한 데다, 일부 중진을 제외하고는 현역들이 크게 불리한 게 없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쇄신 공천’에 부합하느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사실상 가산점 혜택이 4년 전보다 낮아진 청년과 여성 원외 출마자들은 ‘조삼모사’ 룰이라고 반발한다.
이번 국민의힘 공천 심사 방향에서 가장 이목을 끈 건 ‘중진 페널티’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다선 의원은 경선 득표율에서 15% 추가 감산한다는 조항이다. 3선 이상이면서 교체 지수 하위 30% 이하에 포함될 경우에는 하위권 감점(-20%)까지 포함해 최대 35%가 깎일 수 있다. 대신 컷오프 기준을 ‘하위 10%’로 낮췄다. 인위적인 컷오프 비율을 낮추는 동시에 페널티와 가산·감산 제도 등 다양한 옵션을 통해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남겨 현역 반발을 최소화한 것이다. 다만 중진 페널티에 적용되는 현역 22명 가운데 부산·울산·경남(PK) 출신이 8명에 달해 PK 중진 물갈이 포석이 깔린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PK 중진 다수는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정면 돌파’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한 중진 의원은 “정면 돌파해야지 어떻게 하겠냐”며 “최대 감점 상한인 35%가 감점되면 치명타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총선 때는 가점만 있었는데, 당을 오래도록 지켜온 사람에게 감점을 크게 주는 건 이중 처벌이 아니냐”라고도 했다. 다른 중진 의원 측도 “영남에서도 상대적으로 ‘험지’가 있고, 동일 지역구도 ‘분구’ 등 다양한 요소가 있는데 이를 일괄적으로 동일 지역구로 엮어 불이익을 주는 건 억울한 부분이 있다”며 “(최대 35%가 아닌)15%만 감점돼도 이는 엄청난 불이익”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들은 공관위 측에 정면으로 이의 제기를 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컷오프’ 위험이 크게 줄어든 데다, 하위 30% 이하에 포함되지 않으면 본선 진출이 크게 어렵지 않다고 판단하는 기색이다.
중앙 무대에서 ‘존재감이 낮다’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 일부 초선 의원들도 컷오프 비율 최소화에 대체로 안도하는 분위기다. 부산의 한 초선 의원은 현역 하위 10~30%에 대해 20%의 점수를 감산하는 기준에 “영향력은 크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신인 가산점은 지난 21대 총선과 비교해 낮아졌기 때문이다.
경선 가산점은 △청년 △정치신인 △여성 △중증 장애인 △탈북민 △다문화 출신 △유공자 △공익제보자 △사무처 당직자 △국회의원 보좌진에게 경선 구도별로 차등 적용된다. 최고 가산점은 양자 경선에서 만 34세(선거일 기준) 이하 청년이 받을 수 있는 20%다. 만 35세~44세도 최대 15%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1대 총선과 달리 중복 가산되지 않고, 중복될 경우엔 높은 가산점을 적용한다. 경선 득표율에 가산 기준치가 적용되는 점도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신인에게 그다지 달갑지 않다.
이 때문에 PK에 출마한 다수의 정치 신인들은 컷오프 비율을 올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부산권에 출마한 한 신인·청년 예비 후보는 “신인 가점은 양자 대결에서만 최대 20%가 적용된다. 예비후보가 잇따르는 지역구에선 신인 적용 가산 비율이 낮은 데다 초·재선 지역의 경우 현역 역시 감산 비율이 높지 않아 신인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공관위가 ‘중진’에 초점을 맞추면서 초재선 지역의 신인 도전 환경은 이전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아주 형편없는 현역과 이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신인이 맞붙어야 그나마 비빌 언덕이 있는 정도”라고 토로했다. 물론 수영구에 도전한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처럼 “이 정도면 충분히 도전할 만 하다”는 신인도 일부 있긴 하다.
여성 원외 출마자들의 무대도 좁아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총선과 비교해 실질적인 가산 비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 여성 출마자는 “여성 등 신인의 등용 기회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며 “현역 물갈이 폭이 오히려 21대와 비교해 줄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부산 여권 인사는 “4년 전 실패로 마무리 된 ‘영남 학살 공천’의 반면교사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역들이 크게 불리하지는 않아 보인다”면서 “현역 반발은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인적 쇄신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여겨질 경우 본선에서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