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터리 순환경제 세계로 뻗어가는 토대 마련하겠습니다” 박재홍 피엠그로우 대표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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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 최초 국가기술표준원
‘재사용전지 안전성검사기관’ 지정
월 사용료 받고 배터리 구독 서비스
태국 신재생에너지 기업과도 협약

“작은 회사에서 출발했지만, 배터리 순환경제가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스스로 시장을 개척하고 넓히는 것이 벤처기업의 역할이자 숙명이라고 생각하는 피엠그로우 박재홍 대표의 포부는 명확했다.

피엠그로우는 박 대표가 전기차 배터리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한 전기차 1세대 벤처기업이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부터 구독 서비스, 검사 및 진단,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한 세컨드 라이프 제품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에 걸친 ‘이차전지 순환경제’를 모델로 삼고 있다. 지난해 말 민간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재사용전지 안전성검사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제조업으로 출발했지만 전기차서비스플랫폼을 지향하는 배터리 순환경제 선두 기업이 된 셈이다.

박 대표는 피엠그로우 창업 전 운영했던 IT회사가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제품 생산을 위한 제조도 중요하지만, 생산품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 집적의 필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전기차 시장 형성 초기 배터리 팩을 납품하면서 2015년엔 전기차 시대가 열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10년이 걸릴 줄 몰랐다”고 웃음 지었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사업을 따내고 막대한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면서 버텨냈다는 그는 “시장이 안정화되면 고객들의 관심을 서비스로 쏠리게 마련이어서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된 2020년부터는 관련 서비스 개발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배터리 구독 서비스다. 고객들로부터 월 사용료를 받는 대신 배터리 잔존 수명 관리부터 탄소배출권 확보에 이르기까지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2000만 원 이상의 값비싼 소모품인 전기차 배터리를 개인이 중고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인데다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버스 등 대중교통은 물론 택시 등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해 법이 개정되면서 자동차 등록증에 배터리 소유주가 별도로 표기되는 등 배터리와 차를 따로 구입하는 시대가 열린다”며 “정수기 관리받듯 전기차 배터리를 관리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 이용자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배터리 잔존 수명과 주행 거리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게 되면 중고차 거래 시장과 보험회사에도 기준이 마련될 수 있다. 결국 전기차를 거래하고 보험에 가입하는 시민들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박 대표는 “대중교통, 택시, 마을버스, 학원 차량 등 차량 성격에 따라 원하는 서비스도 다양하다”며 “각각의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서비스 구축도 피엠그로우의 또 다른 목표”라고 강조했다.

부산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해 부산에 대한 애정도 각별한 박 대표는 “부산 AI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실질적인 데이터다. 우리가 수집한 데이터가 지역 사회의 공공재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역 기업들과 함께 길을 열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4일 태국 신재생에너지 전문 기업 IES와 업무협약을 맺는 등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한 박 대표는 부산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부산이 전기차·배터리 중심도시로 나아가려면 제조뿐만 아니라 서비스가 뒤따라야 하는데, 전기차와 관련한 서비스 분야에서만큼은 부산이 선발주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서비스를 확대하다 보면 제조업에도 다양한 피드백이 가능하다. 부산 발 전기차 서비스 혁명이 시작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사진=정대현 기자 jhyun@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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