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강풍에 ‘썰렁’… 불 꺼지는 영화관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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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로 관객 급감 이어
매년 부산 영화관 1곳 이상 폐업
OTT 확산·쇼핑몰 부진 영향
관람료 인상에 시민 발길 줄어

18일 오후 부산 서면의 한 영화관이 입장 관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18일 오후 부산 서면의 한 영화관이 입장 관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영화관들이 관객 부족으로 계속 문을 닫고 있다. 특히 부산에서는 매년 영화관 1곳 이상이 휴관을 넘어 폐업을 선언하고 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라는 강적의 등장으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던 관람 문화가 빠른 속도로 퇴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에 위치한 한 영화관은 부산 대표 도심 영화관이라기에는 무색할 만큼 한산했다.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 4명을 제외하고 영화관에 있는 사람은 매점과 표 확인을 동시에 담당하는 직원 1명뿐이었다.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에도 영화관에는 관객이 돌아오지 않는 모습이다. 전국적으로 지난해 영화관 누적 관객은 5858만 명으로, 2019년(1억 1562만 명)의 절반 수준이다.

영화관 관객만 크게 줄어든 것만은 아니다. 영화관 자체도 줄고 있다. 부산에서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영화관 휴관과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12월 메가박스 해운대 장산점은 개관 10년 만에 무기한 휴업을 결정했다. 운영 재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동안 휴관에 들어간 영화관 대부분은 재개관하지 않고 끝내 폐관으로 이어졌다. 2020년 휴관을 결정했던 중구의 인생극장은 다음 해인 2021년 폐관했다. 줄휴관과 줄폐업의 시작은 코로나19였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에는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영화 상영관이 문을 닫았다. 당시 전국 영화관 폐업은 무려 81곳이었다.

부산 영화관도 직격탄을 맞았다. △2020년 부산진구 CGV 폐관 △2021년 중구 인생극장 폐관, CGV 남포점 휴관 △2022년 기장군 모노플렉스 오시리아 휴관 △2023년 메가박스 장산점 휴관 등 근 4년간 매해 1곳 이상의 영화관이 문을 닫거나 장기 휴업했다.

영화관의 쇠락은 대형 쇼핑몰의 부진과도 무관하지 않다. 대형 쇼핑몰 등이 속속 문을 닫는 가운데 주로 쇼핑몰 안에 입점해 있는 영화관 관람객도 줄었다. 쇼핑도 대형마트나 쇼핑몰 등 오프라인 공간 대신 새벽 배송 등 온라인을 선호하게 되면서 영화관 관객 유입도 급감하고 있다. 쇼핑과 영화 관람을 동시에 하던 일상 문화가 바뀐 것이다. 실제로 휴관을 결정한 메가박스 장산점이 입점해있는 NC백화점 해운대점은 매물로 나와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영화관이 과거의 문화 공간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OTT가 늘면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봐야 한다는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며 “극장에 꼭 방문해야 할 이유를 만들지 않고 과거 관람 공간으로만 기능한다면 영화관이 살아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중문화 콘텐츠인 영화 관람 비용이 빠르게 상승한 것도 시민들이 발걸음을 끊고 있는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정 평론가는 “영화관은 4인 가족이 영화와 팝콘만 먹어도 10만 원이 훌쩍 넘는 곳이 돼버렸다”라며 “영화관 공간 등 활용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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