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밀 몰래 빼간 HD현중, 방산 입찰 자격 위태?
방사청, 2월 ‘입찰참가 제한 심의’ 개최
“보안 위반 국가안보 직결, 감점 강화”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 연합뉴스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관련 군사기밀을 빼내 회사 내부망에 공유한 HD현대중공업(현중)이 생사기로에 섰다. 현중에 대한 방위사업청의 입찰 참가 제한 심의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2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오는 2월 중순 이후 군사기밀 보호법을 위반한 현중의 ‘입찰 참가 제한’ 심의를 열 예정이다.
만약 현중에 입찰 참가자격 제한이 결정되면 올 하반기로 짐작되는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입찰은 사실상 경쟁업체에 양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통상 기본설계를 맡은 기업이 상세설계·선도함 건조까지 한다.
그러나 앞서 현중 직원 9명이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3년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KDDX 관련 자료 등 군사기밀을 8차례 넘게 빼낸 혐의로 모두 징역 1~2년에 집행유예 2~3년을 확정했다.
방위사업법 시행규칙(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세부기준)상 장기간 지속적으로 Ⅱ급 또는 Ⅲ급으로 지정된 비밀을 요구하거나 받은 사실이 있는 경우 5년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입찰참가자격 제한, 과징금 부과 등 ‘부정당 제재’를 검토해 왔지만, 현중 직원이 ‘판결문 제3자 열람금지’를 신청하면서 일이 지연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엄동환 방사청장은 “판결문 확보가 어려워 구체적인 제재 심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뒤늦게 판결문을 입수한 방사청이 지난해 12월 20일 현중에 대한 계약심의위원회를 열었으나 결정은 뒤로 미뤘다. 다음달 심의가 다시 열리는 것이다. 방사청은 자료를 통해 “보안 관련 법 위반행위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엄중한 사항인 만큼 앞으로도 현재와 같이 강화된 보안 감점을 지속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 입장을 밝혔다.
‘미니이지스함’으로 불리는 KDDX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대한민국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이다. 방사청은 2030년까지 6000t급 KDDX 6척을 발주한다. 총사업비는 무려 7조 8000억 원 상당이다.
앞서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수행했고,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맡았다. 남은 건 상세설계와 선도함, 후속함 건조다. 관건은 HD현대중공업에 부과된 페널티다.
방사청은 군사기보호법을 위반한 현대중공업에 2025년 11월까지 3년간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8점을 감점하기로 했다. 소수점 단위로 당락이 결정되는 방산 부문 수주전에서 이는 치명적이다.
실제 2016년 울산급 배치-III 기본설계 사업은 0.9567점 차이로 낙찰자가 선정됐고, 2020년 KDDX 기본설계 사업에서도 0.0565점 차밖에 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대한민국 해군 차기 호위함(FFX Batch-III) 5~6번함 수주전 역시 0.1422점 차로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을 제쳤다. 당시 현중이 방사청 평가 기준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 들어지지 않았고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신청도 기각됐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