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부산 대표 실내악 축제로 발돋움시키자”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 ‘부산문화회관 챔버 페스티벌’ 결산
총 7개 공연 약 2800명 관람
지난해 대비 1000명가량 증가
유료 객석점유율 늘어 고무적
다양한 프로그램 시도 긍정적
아티스트 ‘직접 섭외’ 방식 눈길
“지난해 대비 관객 숫자는 1000명가량 늘어서 2744명으로 집계됐고요, 유료 객석점유율은 전년 대비 12%P 올라서 60.6%를 달성했습니다. 올해는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공연 횟수를 지난해 1회에서 4회로 늘리고, 반대로 챔버홀 공연은 지난해 6회에서 3회로 줄이면서 극장 크기도 영향을 미쳐 관객이 늘어난 배경이 된 것 같습니다.”
지난 20일 ‘앙상블오푸스’ 폐막 연주를 끝으로 막을 내린 ‘2024 부산문화회관 챔버 페스티벌(이하 부산 챔버 페스티벌)’ 업무를 담당한 (재)부산문화회관 박승빈 대리 답변이다.
“공연계는 1~2월이 비수기인데 이 정도 관심이라면 앞으로 확대해도 좋겠다는 확신이 듭니다. 앞으로는 다양한 관객층을 공연장으로 더 많이 불러들일 프로그램 구성에 신경 써야겠습니다.”
부산 챔버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은 김동욱 부산대 교수의 평가다. 전년 대비 수치로도 한층 나아진 평가에 부산 챔버 페스티벌을 주관한 조혜운 ‘마린7 아티스트&매니지먼트’ 대표와 김 예술감독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였다.
김 교수는 “해외 아티스트를 초청해 부산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도 제공해야겠지만, 부산의 수준 있는 젊은 연주자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서 총 7개의 프로그램이 어느 것 하나 밀리는 것 없이 골고루 관객이 들어서 정말 기분 좋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예술감독으로서 가장 좋았던 점은 균형을 꼽았다. 특히 부산 출신 연주자로만 꾸린 지난 19일 공연(‘올 어바웃 탱고’)은 거의 매진돼 “부산문화 미래가 밝기를 염원할 수 있었던 밤”이었다고 조 대표가 소감을 밝힐 정도였다.
페스티벌 형식으로 꾸리는 음악회가 가진 장점 중 하나겠지만, 이 공연에서 저 공연으로, 그다음 공연으로 연주자를 따라 움직이는 관객 모습도 다수 포착됐다. 부산 챔버 페스티벌 경우엔 2년 전부터 통합 패키지 티켓 판매를 하지 않는데도 3~4개 공연을 봤다는 사람이 제법 나왔고, ‘모든 공연 관람’을 한 관객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올해 페스티벌 반응이 좋았던 것은 관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래밍 변화일 것이다. 예를 들어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개막 연주회)나 대니 구(토크 콘서트)처럼 연주자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객석을 채운 공연이 있었던가 하면, 각각의 실력 있는 연주자를 엮어서 색다른 조합의 콰르텟(4중주)이나 퀸텟(5중주)으로 소개하면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날(마스터스 앤드 마스터피스Ⅰ)도 있었다. 또 첼로와 발레의 만남,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친친탱고’와 콰르텟 BCMS(부산체임버뮤직소사이어티), 바리톤 이승민의 협업 무대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도 폐막 연주회(마스터스 앤드 마스터피스Ⅱ)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앙상블오푸스’의 피아노 5중주 연주로 정통 실내악의 갈증을 해소해 주기도 했다.
최 모 관객은 “처음 몇 회는 프로그램이 중복되고 실망스러웠지만, 김동욱 예술감독이 점차 역량을 발휘하는 것 같아 기대된다”며 “챔버 페스티벌답게 다양한 시도가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부산 챔버 페스티벌은 지난 2017년 첫선을 보인 이래 올해로 7회를 맞았다.
사실 규모에 비해 예산도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오히려 알 만한 사람들은 예산 규모에 비해 정상급 해외 초청 아티스트들이 많은 데 놀라는 눈치였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직접 섭외에 비결이 있다. 즉, 소속사가 있는 아티스트라도 일단 연주자와 직접 소통한 뒤 소속사를 설득하는 식으로 초청을 진행했다. 그것이 가능한 데는 초청 아티스트 관리 시스템에 있다.
이들은 아티스트가 아티스트를 돌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선후배 사이고, 한두 사람만 건너면 연결되는 구조다. 연주자들이 부산에 머무는 동안에도 남다른 스킨십으로 이들을 보살피다 보니, 전회 연주자가 다음 해 연주자를 소개해 준 경우도 생겨났다. 심지어 부산 챔버 페스티벌을 통해 국내 소개된 연주자가 다른 음악회 섭외 요청을 받기도 한다. 이때는 제대로 된 개런티를 지급해야 돼 지금보다 4~5배는 더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득, 지난 2005년부터 2016년까지 민간 기획사로는 드물게 부산국제음악제를 직접 운영하며 부산 실내악 발전에 큰 몫을 했던, 지금은 고인이 된 부산아트매니지먼트 이명아 대표가 꿈꾸던 실내악 축제의 꿈이 떠올랐다. 부산국제음악제 참가 등으로 이 대표와 남다른 인연이 있었던 앙상블오푸스 리더 백주영 바이올리니스트도 폐막 연주회 후 말했다. “이 대표가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부산의 실내악 문화는 더 나아졌겠죠!” 부산 챔버 페스티벌을 부산의 대표적인 겨울 실내악 축제로 키울 수 있느냐 여부는 이제 남은 사람의 몫인 듯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부산의 실내악 페스티벌인 만큼 향후 전국적인 겨울 실내악 축제로 발돋움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담당자의 포부도 꼭 이뤄지길 바란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