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휘청대자 분양·임대보증 사고 9445억 ‘눈덩이’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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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5건 발생 계약자 눈물
법정관리 늘어 협력업체도 발동동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건설사의 법정관리 등이 속출하고 있다. 워크아웃을 개시한 태영건설의 사업장인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내 부산콘서트홀 건설 현장. 정종회 기자 jjh@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건설사의 법정관리 등이 속출하고 있다. 워크아웃을 개시한 태영건설의 사업장인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내 부산콘서트홀 건설 현장. 정종회 기자 jjh@

높은 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 불황이 계속되면서 건설업계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자금난을 버티지 못해 쓰러지는 건설사가 계속 나오는 가운데 그 여파는 협력업체와 분양 계약자들에게 미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건설사 10여 곳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벌써 10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난 건설업체는 총 21곳으로 2022년에 비해 7곳(50%) 늘었고, 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는 총 2347건으로 23% 증가했다.

분양보증 및 임대보증 사고도 급증했다. 분양·임대보증은 아파트 시공사 또는 시행사의 부도나 파산 등으로 공사가 중단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도로 공사를 계속 진행하거나 계약자가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30가구 이상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는 반드시 HUG의 분양·임대보증에 가입해야 한다.

HUG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분양·임대보증 사고는 15건, 사고 금액은 9445억 원에 달했다. 2022년에 1건, 57억 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건수와 금액 모두 급증했다.

새해 들어서도 벌써 전북 익산에서 임대보증 사고가 발생했다. 오는 3월 준공 예정이었던 민간 임대아파트 ‘유은센텀시티’는 시행사 자금난으로 지난해 8월께부터 공사 현장이 멈췄고 작년 말에는 시공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HUG는 계약자(임차인) 126명에게 각각 1억 원가량의 보증금을 돌려주기로 했다.

최근 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영건설 일부 현장에서는 임금 체불 문제로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대구의 옛 동부정류장 자리에 짓고 있는 아파트 공사장에서는 현장 근로자들이 12월분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며 작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건설 현장에서도 같은 이유로 노조원들이 작업을 거부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고금리, 부동산 시장 침체까지 지속되면서 건설업계가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특히 지방에서 주택사업에 집중했던 중견·중소 건설사는 요즘 그야말로 벼랑 끝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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