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결국 확대, 일손 안 잡히는 중소기업
자동차 부품·조선기자재 등
부산 핵심 중기 산재 고위험군
“사고 안 나게 기도하는 심정”
“수시로 안전 체크할 수밖에”
대부분 방안 없다며 불안 호소
“살려달라”는 중소기업의 마지막 호소도 결국 통하지 않았다. 25일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적용 유예 법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함에 따라 27일부터 중처법이 확대 적용된다. 자동차 부품·조선기자재·기계 등 부산의 핵심 산업들이 산업재해 고위험군에 속해 당장 부산지역 중소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25일 부산지역 중소기업들에 따르면, 인력과 준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50인 미만 부산지역 중소기업들은 중처법 확대 시행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마땅한 방도 없이 포기하는 심정으로 ‘기도’하며 버틴다는 기업이 있는 반면, 안전 관리를 위해 중간 관리자와 근로자를 ‘닦달’하겠다는 업주들도 있다. 부산 중소기업 대대수는 ‘별다른 준비를 못하고 있다’ ‘두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부산 영도구에 있는 한 조선기자재 제조업체 A 대표는 “현실적으로 중처법 대비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 특성상 대표가 영업, 판촉 등 일인다역을 수행하고 외근을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안전 관리를 위해 공장을 하루 종일 지켜야 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부산 강서구에서 기계부품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B 사장은 “근로자 대부분이 고령자와 외국인 노동자”라며 “의사소통도 힘든 상황에서 중처법마저 지키려면 사고가 안 나길 기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오랜 작업 관행에 젖어 안전사고에 둔감한 고령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는 위험 상황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의 구조적 한계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 B 사장은 “영세 중소기업 중 중처법을 피해갈 수 있는 기업이 있기나 할지 의문이다. 조금 더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는 중소기업도 있다.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대표 C 씨는 “당장 작업장 내 ‘안전 확인 관리대장’ 같은 서류를 만들어 매일매일 수시로 체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작업 절차에 매시간 단위로 근로자들 스스로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게 만들어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것. 대기업과 달리 안전관리 전문인력이 없는 중소기업에서 사고를 방지하려면, 근로자를 ‘닦달’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제조업체 대표인 D 씨는 “작업장 내 CCTV 추가 설치를 검토 중”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산업재해 특성상 사고의 원인이 모호할 경우가 많은데, 중처법 시행 이후 일어날 ‘억울할 일’을 조금이나마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D 씨는 “범죄자가 될 순 없지 않냐. 내가 잡혀 들어가면 기업도 그대로 문을 닫게 된다”고 말했다.
허현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은 “부산 중소기업 대부분이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태”라면서 “업주들은 모두 불안에 떨고 있다. 사고 발생 시 업주를 처벌하는 것은 중소기업을 말려 죽이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체급이 다른데,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 중처법을 적용해선 안 된다. 법 적용 시 엄격한 처벌에 대해서는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