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법·고준위법 폐기 ‘벼랑 끝’…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은?
내일까지 총선 앞 마지막 본회의
부산 현안 관련 법안 줄줄이 뒷전
허브도시 특별법도 처리 불투명
21대 국회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부산 주요 현안과 관련한 입법은 정치권 외면으로 폐기 수순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역의 핵심 현안과 민생 법안 입법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인다. 30일 국회 등에 따르면, 내달 1일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다. 여야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과 쌍특검법(김건희 여사-대장동 특검) 재표결을 두고 첨예하게 맞붙고 있어 쟁점 민생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특히 부산·울산·경남(PK)에서 처리를 호소하고 있는 △서울로 규정돼 있는 산업은행 본점 소재지를 바꿀 한국산업은행법(산은법) 개정안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보관하는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 마련 근거가 포함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고준위 특별법) 등은 여전히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여야가 19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2월 임시국회를 여는 데에 30일 합의했지만 내달부터는 여야가 본격적인 총선 일정에 돌입하는 만큼 재협상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나마 고준위 특별법의 경우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정부가 국회를 상대로 “여야 모두 특별법을 발의한 21대 국회가 문제 해결의 최적기이자 마지막 기회”라며 연일 처리를 촉구하고 있는 데다 여야가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용량 등 세부 내용을 두고 이견을 보일 뿐 양쪽 모두 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이 남아있는 셈이다.
반면 산업은행법 개정안의 경우 여야의 대화 자체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판세에 따라 캐스팅보트 부산의 표심을 잡기 위해 막바지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남은 일정과 그간 여야의 이견 차를 감안하면 불가능에 가깝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사실상 21대 국회 내 부산 핵심 현안 관련 법안의 처리가 불발될 것이란 어두운 관측이 나오면서 부산 정치권과 부산시의 전략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분출한다.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이후 산업은행법 개정안과 고준위 특별법 처리에 역량을 집중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역 여권 관계자는 “엑스포 실패 이후 부산 시민들의 상실감을 위로하기 위해 정부에서 다양한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면서도 “그때 새로운 사업을 발굴할 게 아니라 기존에 속도가 붙지 못하는 것들을 최우선적으로 요청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여권에선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반발하고 있어 국민의힘과 부산시의 선택지가 없다는 반박을 내놓는다. 하지만 경남 정치권과 경남도가 우주항공청법 처리를 위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들을 상대로 펼친 설득전과 비교하면 부산의 노력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이에 일각에선 최근 정부와 부산시, 여권이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를 대신해 내놓은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회기 내 처리’도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 해당 법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지도 않은 데다 22대 총선이 2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상임위에서 새로운 법안을 다룰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