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의 인사이트] 청년 로그아웃과 부산의 미래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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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등 구독 서비스 문화 확산
필요에 따라 로그인·로그아웃 손쉽게
한 해 수도권으로 1만 1260명 유출
인천에 제2도시 위상 빼앗길 판국
총선, 청년세대 인구 대책 집중해야
부산시장, 정치권, 중앙정부의 책임

‘로그아웃(Log Out)’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로그아웃은 사용 중인 네트워크에서 업무를 끝내고, 호스트 컴퓨터와의 연결을 끊고 나오는 작업이다. 인터넷, 스마트폰에 이어 OTT 넷플릭스 유행에 따른 현상이다. 카카오톡 대화방, 넷플릭스 등 OTT 구독 서비스, 쿠팡 멤버십 등에서 자신이 필요하면 매달 구독료를 내고 드라마, 영화를 보거나 쇼핑하고, 필요가 없어지면 바로 회원을 끊고 로그아웃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처음부터 가볍게 로그아웃할 수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이 추세이기도 하다. 오죽했으면 카카오톡이 가벼운 로그아웃을 위해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추가했을 정도이다. 대기업 인사 담당자와 대학교수들은 이런 로그아웃 현상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한다. 젊은 세대들은 회사가 한 달의 구독료를 내고 자신을 쓰는 곳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가볍게 입사(로그인)하고, 언제든지 구독을 끊고 퇴사(로그아웃)할 수 있는 관계로 직장을 본다는 이야기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로그아웃은 관계, 직장에 이어 지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취업과 학업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고향을 떠나는 세태다. 통계청의 ‘수도권 인구 유출 데이터’를 보면 삶의 터전에서도 로그아웃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청년들의 고향 이탈은 특히 심각하다. 이미 체념 수준에 이르고 있다. 2023년 한 해에만 부산에서 수도권으로 1만 1260명의 인구가 순유출됐다. 이 중 67%가 2030세대다. 직장을 찾아 서울로, 수도권으로 부산에서 로그아웃하는 양상이다. 정부가 134조 원을 들여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로 충청·강원권까지 연결해 준수도권 범위가 넓어지면, 유출 인구도 더 많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국가 예산과 첨단산업으로 지역의 젊은이들을 강제로 로그아웃시키는 형국이다. 젊은이가 떠난 부산 인구는 8년 5개월째 연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인천이 비수도권 인구 유입으로 3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제2의 경제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다. 서울 언론들은 ‘대한민국 NO.2는 당연히 부산?’ ‘좀만 기다려라… 추격 나선 이 도시’ 등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인천은 대규모 공단과 인천경제자유구역, 인천국제공항 등의 힘으로 실질 경제성장률이 6%를 기록했다. 지역내총생산(GRDP)도 부산을 밀어내고, 서울에 이어 2위다. 이런 추세라면, 2035년에 인천이 부산 인구를 추월할 것이라는 통계청의 예상은 빗나가고, 오히려 앞당겨질 전망이다.

결국 인구 로그아웃 사태로 부산 중·서·동·영도구 등 4곳에 이어 남·사하·금정구까지 소멸위험지역으로 판정됐다. 결혼 적령기인 청년세대의 급격한 유출로 부산의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 속도가 타 도시보다 급속히 빠르다고 한다. 4년 뒤에는 부산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 열 곳 중 네 곳이 사라진다. 그때는 대기업을 유치해도 일할 사람을 찾기 어렵게 된다. ‘강제 로그아웃’ 부산의 정해진 미래다.

청년세대의 로그아웃은 공동체에 트라우마를 남긴다. 떠난 자와 남은 자로 나뉘면서, 문화적 정체성을 해치고, 지역의 존속을 위협한다. 그래서 청년세대를 다시 로그인시킬 대책이 절실하다. 청년세대 로그인의 조건은 ‘서울보다 여건이 비슷하거나 좋으면…’으로 압축된다. 결국 ‘일자리와 교육’이다. 부산 인구가 인천에 추월당할 위기에 놓인 것도 첨단산업이 없고, 관련 인프라가 열악한 탓이다. SNS 인플루언서, 네이버 검색광고, KTX서울역 광고판까지 동원해 도시 브랜드를 선전할 수 있지만, 직접 로그인으로 유도할 요인은 일자리와 좋은 대학 교육이다.

4·10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의 화두는 ‘청년 인구 로그인 유지와 추가 로그인 방안’으로 모아져야 한다. 기존의 지역 정치권과 예비 후보자, 부산시까지 시간대별 목표 실행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활발하게 생산하고, 떠들썩하게 소비할 인구가 없는 도시에 신도시도, 트램도, 문화시설도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총선에서 여권과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야당까지 다양한 정치적·국가적 자산을 동원해야 한다. 읍소와 설득이 아니라면, 투표권을 동원한 협박도 필요하다.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답보 상태인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도 총선 전에 마무리 되어야 한다.

설날이 다가온다. 지난해 부산을 떠난 1만 1260명을 포함한 아들딸들이 고향으로 잠시 돌아온다. 컴퓨터 네트워크에 로그인하면 접속 기록(로그)이 남듯이, 지역에도 삶의 기록이 온전히 남아있다. 온 가족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부산에서 좋았던 기억을 나누고, 추억을 발전시킬 방안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이번 설날과 총선이 부산에 더 많이 로그인하고, 끈을 잇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핵심은 ‘청년세대 로그인’이다. 그 모든 책임은 부산시장과 정치권, 중앙정부에 있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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