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민 상인 모두 울리는 설 성수품 물가… 더 고삐 좨야
차례상 비용 역대 최고치 기록
과일·채소류 값 20% 넘게 올라
설이 다가오면서 성수품 물가 상승이 심상치 않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기준 28만 1500원, 대형마트 기준 38만 580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설 차례상 비용 중 역대 최고치다. 지난해 설 대목과 비교하면 전통시장은 8.9%, 대형마트는 5.8% 올랐다. 과일, 채소류 가격이 20% 넘게 오른 탓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설 물가에 서민들은 “차례상 차리기 겁난다”고 하고 상인들은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손님이 줄었다”고 아우성친다. 경기 불황과 고금리 탓에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진 서민들은 설을 앞두고 성수품 물가마저 치솟으면서 더욱 힘겨운 명절을 보내야 할 판이다.
과일을 포함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설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1월 과일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28.1%나 올랐다. 이 가운데 사과가 56.8%를 기록했고 배 41.2%, 귤 39.8%, 감 39.7%, 밤 7.3% 순이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의 농산물 가격 변화는 더 놀랍다. 이달 2일 기준 사과(후지·상품)의 도매가격은 10㎏에 9만 24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거의 배 수준인 98.4%나 치솟았다. 배(신고·상품) 도매가격도 15㎏에 8만 900원으로 66.7% 올랐다. 두 자릿수 인상은 기본이다.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말이 실감 난다.
정부는 사과, 배, 소고기, 명태 등 설 성수품 16개 품목을 평상시의 1.5배 수준으로 확대 공급하고 성수품 가격 할인을 위해 예산 84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부산시도 과일 등 성수품 물량 공급을 평소보다 확대해 가격 안정을 도모하고, 시와 구군에 물가 대책 종합상황실을 설치해 긴밀한 대응 체계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물가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공급 확대와 가격 할인 지원 등의 설 성수품 수급 안정 대책으론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도 한 지역 유통업체가 설을 앞두고 고물가로 시름하는 서민의 부담을 덜기 위해 3만~5만 원대 과일 선물세트를 마련하는 등 성수품 물가 잡기에 나서고 있는 건 고무적이다.
설이 다가오면서 서민들의 가계 주름살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장을 볼 때, 손에 든 물품 하나를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한다. 자고 나면 오르는 설 장바구니 물가에 ‘억’ 소리가 절로 난다고 말한다. 올해는 특히 총선을 앞두고 있기에 물가가 더 걱정이다. 총선을 앞두고 돈이 풀리면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브레이크 없는 물가에 갑갑해하는 서민과 영세 상인의 고통을 무시했다간 속된 말로 총선에서 큰코다칠 수도 있다. 이들의 입에서 물가 때문에 못 살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해선 안 된다. 반드시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와 부산시의 강력한 의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경기 불황에 물가고마저 겹쳐 서민 생계는 너무나 힘들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