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건립도, 공동 사용도 하세월…거제 화장장 확보 진퇴양난
시의회 반감, 집행부 협약 하세월
야당 의원 “시립화장장 건립해야”
집행부 19일 임시회 동의안 상정
사실상 여야 동수, 통과 장담못해
경남 거제시가 공설화장장 확보 방안을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시는 애초 자체 건립을 추진하다 민원과 예산 부담에 인접한 통영시추모공원 공동사용으로 방향을 틀었지만(부산일보 12월 13일 11면 등 보도), 이마저도 시의회 반발에 부딪혀 답보상태다. 오락가락 행정에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거제시에 따르면 관내 화장 비율은 80%를 넘어섰다. 지난해 일반 사망자와 묘지 정리에 따른 개장 유골을 합쳐 총 1167구 중 972구가 화장을 택했다. 지금 추세라면 2030년에는 화장률이 95%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정작 화장시설이 없다. 거제시민은 통영이나 고성, 멀게는 창원까지 원정 장례를 치러야 한다. 이마저도 제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시설이 있는 지역 주민에게 우선권을 주는 탓에 예약부터 쉽지 않다.
비용도 마찬가지. 거제시민이 가장 많이 찾는 통영화장장은 2022년 새 단장하면서 요금을 대폭 인상했다. 관외 거주자 비용은 45만 원에서 80만 원으로 배 가까이 올랐다. 통영시민은 10만 원이다. 2014년 통영시가 ‘화장장 현대화 사업’을 준비할 당시 거제시가 사업비 일부를 분담하고 거제시민도 할인받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거제시는 지원 조례를 개정해 사망자 1인당 보조금을 2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증액했다. 그럼에도 통영화장장 이용 시 거제시민은 최소 85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장외버스 관외 운행비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거제시는 민선 8기 핵심 공약사업으로 시립화장장을 추진했다. 작년 9월 타당성 용역을 거쳐 보건복지부 ‘제3차 장사시설 수급 및 종합계획’에 맞춰 화장로 3기를 갖춘 규모로 건축 기획 용역까지 마쳤다. 그러나 건립 대상지 인근 주민의 거센 반발이 뻔한 데다, 가뜩이나 빠듯한 지방 재정에 주는 예산 부담도 상당해 머뭇거렸다.
실제 자체 화장장을 건립할 경우 건설비로만 258억 원이 든다. 이 중 160억 원 이상을 시비로 충당해야 한다. 여기에 인접 지역 주민보상 사업에 100억 원, 운영비와 주민 인센티브와 매년 7억 원 상당을 써야 한다.
고민에 빠진 거제시는 국회의원‧시장 업무간담회를 통해 신축 대신 통영화장장 공동사용으로 선회했다. 거제시가 출연금을 내고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30년간 통영시민과 같은 혜택을 받는 방식이다. 출연금은 99억 2600만 원으로 책정했다. 화장장 건립비 중 시비 부담금의 50%, 진입로 개설비의 25%를 합친 금액이다. 운영비는 연간 적자액을 기준으로 이용자 비율에 따라 분담한다. 작년 기준 한 해 4억 원 안팎이다.
이를 토대로 실무 협의를 끝낸 양측은 오는 3월 시행을 목표로 행정 절차에 착수했다. 하지만 뒤늦게 관련 내용을 통보받은 양 시의회가 제동을 걸었다. 특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끈했다. 이들은 “시립 공설화장장 건립은 시민 기본 필수 복지 인프라 확충의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독자적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영시의회에선 공동사용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분담금이 너무 적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 때문에 늦어도 작년 연말 마무리하기로 했던 집행부 간 협약서 체결이 지금까지 미뤄지고 있다. 시의회와 물밑 접촉을 벌여 온 거제시는 오는 19일 개회하는 제244회 임시회에 관련 동의안을 상정한다. 적잖은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시의회 동의와 조례 제‧개정이 필수다. 그러나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9대 거제시의회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8석 대 8석 동수로 출발했다. 지난해 음주운전과 성희롱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여야 의원 2명이 탈당해 무소속이 됐지만, 정치 성향은 그대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민 공감대 형성 없이 행정 편의로 사업을 추진하는 통에 이미 시민사회의 행정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 이러다 어렵게 잡은 신설 기회마저 백지화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 많다”면서 “이런 식이면 향후 진행될 수많은 사업에 여론 지지를 얻기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