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줄 놓게 만든 자극적 홍매화…“봄이 바로 눈앞”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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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8~13일 전남 광양매화축제 개최
섬진마을 곳곳 홍매화 빨갛게 물들어
청매실농원 돌담길 일대 최고 ‘포토존’

백매화·청매화 개화 상태 아직 부진해
나무마다 수십~수백 꽃몽우리만 맺혀
소학정마을 ‘1호 백매화’로 아쉬움 달래

야외 활동을 주저하게 만드는 긴 겨울의 끝이 보인다. 곳곳에서 봄의 기운이 솟아나는 걸 느낄 수 있다. 계절이 서서히 바뀌는 걸 분명히 인지하게 해 주는 것은 ‘봄의 전령’이라는 매화다. 마침 내달 8~13일 전남 광양시에서 제23회 광양매화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꽃이 얼마나 아름답게 피었는지 미리 살펴보기 위해 광양으로 달려갔다. 전체적으로 볼 때 매화 개화 상태는 아직 부진했지만 홍매화가 활짝 피어 아쉬움을 달래 줬다.

전남 광양시 섬진마을 전망대 앞에 홍매화가 화사하게 피었다. 남태우 기자 전남 광양시 섬진마을 전망대 앞에 홍매화가 화사하게 피었다. 남태우 기자

■섬진마을의 홍매화

20년을 넘은 광양매화축제가 얼마나 유명한지 내비게이션에 ‘광양매화축제’라고 찍어도 안내 경로가 뜬다. 굳이 정식 지명인 섬진마을을 입력할 필요조차 없다. ‘매화마을’로도 불리는 섬진마을로 이어지는 도로변에는 빨간 홍매화가 곳곳에 피었다. 꽃이 만개한 나무도 있고 아직 듬성듬성 핀 나무도 보인다. 매화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여는 순간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홍매화가 활짝 핀 매화나무가 주차장 주변을 에워싸 온 세상을 빨갛게 물들여 놓았다.

수줍은 듯 뺨을 발갛게 물들이며 홍매화 가지를 붙잡고 사진을 찍는 청춘남녀가 보인다. 자극적인 홍매화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젊은이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년의 부부는 물론 혼자 등산을 즐기러 온 노신사도 휴대폰으로 홍매화를 담느라 여념이 없다.

한 관광객이 섬진마을 앞 도로에 핀 홍매화를 촬영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한 관광객이 섬진마을 앞 도로에 핀 홍매화를 촬영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곧바로 광양매화문화관을 지나 홍쌍리청매실농원으로 올라간다. 곳곳에 농원 측이 가져다 놓은 대형 항아리가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농원의 매실제품 판매소 앞에는 항아리 수백 개가 놓여 따스한 햇살을 즐기고 있다.

농원 바로 앞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돌담길로 접어들면 제대로 된 홍매화 풍경을 누릴 수 있다. 돌담길을 막 꺾어 돌자 굽이굽이 도는 섬진강을 배경으로 펼쳐진 섬진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다시 한 번 탄성을 터뜨린다. 햇빛이 곱게 잘 들어오는 덕분인지 홍매화가 지천으로 피었다. 구불구불 이어진 돌담길과 햇살이 따스한 양지에 자리를 잡은 초가집이 뇌쇄적인 분위기마저 풍기는 홍매화와 잘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까만 기와 위에도 홍매화가 화사하게 피어나 봄이 조금씩 익어가는 걸 일러준다.

전남 광양시 홍쌍리청매화농원 인근 돌담길에 홍매화가 탐스럽게 피었다. 남태우 기자 전남 광양시 홍쌍리청매화농원 인근 돌담길에 홍매화가 탐스럽게 피었다. 남태우 기자

■소백정마을의 백매화

매화마을에는 아쉽게도 홍매화 외에 백매화와 청매화는 아직 피지 않았다. 곳곳에 드문드문 한두 송이가 피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썰렁했다. 꽃망울은 나무마다 수십~수백 개가 맺혔지만 아직 탁 터지지 않은 상황이다.

섬진강을 내려다보는 홍쌍리청매실농원에 하얀 매화가 복스럽게 피었다. 남태우 기자 섬진강을 내려다보는 홍쌍리청매실농원에 하얀 매화가 복스럽게 피었다. 남태우 기자

이대로 물러나기는 아쉬워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눈이 번쩍 뜨이는 내용이 등장한다. ‘전국에서 매화가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나무’가 섬진마을 인근에 있다는 것이다. 장소는 섬진마을에서 자동차로 1~2분 거리인 소학정마을이다. 주저하지 않고 그곳으로 달려간다.

소학정마을 인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마을로 걸어가니 정말 커다란 매화나무 한 그루에 하얀 매화가 솜처럼 주렁주렁 매달렸다. 방금 섬진마을에서는 홍매화만 피었을 뿐 백매화는 제대로 보기도 쉽지 않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이곳에서는 백매화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송이를 모두 담아 놓은 듯 눈을 부시게 만든다.

전남 광양시 섬진마을 인근 소학정 마을에 화사하게 피어난 하얀 매화. 남태우 기자 전남 광양시 섬진마을 인근 소학정 마을에 화사하게 피어난 하얀 매화. 남태우 기자

‘전국에서 매화가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는 곳은 매화공원으로 조성됐다. 관광객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철제 구조물이 설치됐고, 편히 앉아서 매화나무를 보며 멍 때리기를 할 수 있게 벤치도 마련됐다. 흥미롭게도 ‘전국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다’라는 문구도 나무 앞에 세워졌다. 이곳저곳을 돌며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매화공원 앞에 끊임없이 차가 서더니 사람이 내려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이 나무가 널리 알려져 그만큼 유명하다는 뜻일 것이다. 소백정마을 백매화 사진 한 장 덕분에 가슴에 남았던 아쉬움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차에 올라 시동을 건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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