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에서 잃어버린 반지, 호텔만 믿고 기다리면 안 되는 이유 [트래블 tip톡] ⑩
숙박객 소지품 분실 빈번하게 발생
해외 유명 호텔도 크게 다르지 않아
가능하면 보상 피하려 하는 호텔 측
고객에 과실 입증 책임 떠넘기기도
경찰 신고는 기본, 필요시 SNS 활용
보험 들었다면 신고 접수증 챙겨야
최고급으로 유명한 프랑스 파리의 리츠호텔에서 지난해 큰 소동이 벌어졌다. 1박에 300만 원 이상인 이 호텔에 숙박한 말레이시아 갑부가 2~3시간 정도 외출한 사이 탁자에 올려둔 75만 유로(10억 원)짜리 반지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는 호텔 프런트에 찾아갔지만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자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화들짝 놀란 호텔은 방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진 끝에 반지를 찾아냈다. 놀랍게도 반지가 나온 곳은 방 청소부가 사용하는 진공청소기의 먼지봉투 안이었다. 더 놀라운 점은 수년 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족이 수십만 달러를 도난당하는 등 이곳에서 여러 차례 도난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이었다.
호텔에서 도난 사건은 심심치 않게 일어나기 때문에 숙박객은 늘 조심해야 한다. 이미지투데이
리츠호텔에서만 도난 사건이 일어난 게 아니다. 지난해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유명 리조트에서는 방 청소부가 고객 3명의 방에서 총 77만 달러어치에 이르는 보석을 훔쳤다가 붙잡혔다. 범인은 관리인 비상키를 사용해 청소할 때는 물론 고객이 방을 비운 밤에도 침입해 물건을 훔쳤다.
리츠호텔과 라스베이거스 리조트처럼 세계적 명성을 누리는 곳에서도 도난·분실 사건이 일어난다면 다른 호텔에서는 사정이 더 심할 게 뻔하다. 실제로 미국의 한 여론조사기관이 2019년 방 청소부 등 호텔 관리인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절반가량이 ‘1번 이상 손님 물건에 손을 댔다’고 대답했다. 또 3분의 1은 ‘동료가 손님 물건에 손을 대는 걸 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호텔에서 도난·분실이 드문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호텔에서 물건을 도난당하거나 분실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도난·분실 사전 예방이 최선
고객이 호텔 객실에서 물건은 분실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호텔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결국 고객이 도난과 분실 여부는 물론 호텔의 책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가장 바람직한 일은 사고를 당하지 않는 것이다.
최고의 방지책은 잘 간수하는 것이다. 외출할 때 귀중품은 객실에 있는 개인금고에 보관하거나, 여행용 가방에 넣어 잘 잠그는 게 최선책이다. 이렇게 하면 도난이나 분실 사고를 당해 호텔과 책임 소재를 놓고 다툴 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고객이 객실 문을 열어두고 나갔거나 귀중품을 개인금고나 잠긴 가방에 넣어두지 않는 바람에 분실·도난 사고가 발생한다면 호텔은 책임이 없다고 우길 수 있다.
한 숙박객이 카드키로 호텔 객실 문을 열고 있다. 이미지 투데이
객실에 머물 때에는 반드시 방문을 잠가야 한다. 잠이 들거나, 욕실에서 씻고 있을 때 외부에서 침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객실에서 나갈 때에는 문이 찰칵 소리를 내며 잠겼는지 확인하고 떠나야 한다. 호텔 객실 문은 닫히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등을 돌려버리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또 객실에서 나갈 때 카드키를 객실 식탁에 그냥 놔둬서도 안 된다. 방 청소부 등이 들고 갈 수도 있다. 잠시 방을 비울 땐 사람이 방에 있는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TV를 켜 두는 게 좋다.
방 청소부가 물건을 훔치는 걸 방지하는 방법은 눈에 띄지 않게 잘 보관하는 것이다. 방 하나를 청소하는 시간은 매우 짧기 때문에 미리 작정하고 물건을 훔치는 경우는 드물다. ‘견물생심’이라고 청소를 하는 도중 현금이나 보석이 눈에 띄면 충동적으로 가져가는 게 대부분이다.
■뜻하지 않은 일 발생했다면 적극 대응을
물건을 도난당하거나 분실했다면 먼저 호텔 프런트에 신고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경찰서에도 신고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에는 호텔예약사이트나 각종 SNS에 글을 올려야 한다. 경찰이 개입하거나 온라인에 글이 오르면 호텔 측은 이미지 보호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고객 지원에 나서게 된다.
호텔과 경찰에 신고한 뒤에는 각각 접수증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여행자보험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여행자보험에 가입할 때에는 도난·분실 규정을 잘 확인해야 한다. 규정에 따라 보상 여부나 규모가 결정될 수 있다.
과거에는 제3자의 범행이거나 천재지변, 고객 잘못이 아니라면 호텔이 고객의 모든 손실에 대해 책임을 졌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사정이 바뀌어 호텔의 책임은 제한적이다. 고객이 물건을 도난·분실했을 때 호텔 책임이 입증되지 않으면 고객이 보상을 받는 게 쉽지 않다.
호텔에서 숙박할 때는 귀중품 등을 객실의 금고에 보관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미지 투데이
명심해야 할 것은 호텔이 책임을 완전히 면제받는 것은 아니지만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경우에 따라 다르다. 호텔은 CCTV 설치, 충분한 직원 확보 및 관리, 개인금고 비치, 완벽한 객실 잠금장치 마련 등을 통해 고객이 안전하게 숙박할 환경을 조성할 책임이 있다. 많은 호텔은 객실의 안내문에 ‘귀중품을 금고에 보관하라’는 문구를 삽입한다. 나중에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고객이 물건을 잃어버렸는데 호텔이 외면한다면 호텔에 문제점이 없는지 직접 찾아봐야 한다. 호텔 객실 잠금장치 상태, CCTV 설치 및 가동 여부는 물론 호텔에 외부인 무단 출입 여부, 보안요원 확보 상황 등을 살펴봐야 한다. 고객이 호텔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을 때 호텔을 살펴보고 확인한 문제점을 내세워야 한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