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강제성 보단 인센티브 ‘초점’…시장은 실망감 외인·기관 “팔자”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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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인 저평가 해소를 위해 오는 7월부터 상장사들에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세워 공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기업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한 밸류업 기업에 모범납세자 선정 등 우대 혜택도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자율성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정책에 시장은 실망감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유관기관과 함께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발표했다.


‘기업 밸류업’은 금융위가 연초 도입 방침을 밝힌 뒤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들이 급등하는 등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아왔는데 이날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방안에 따르면 먼저 약 1600개에 달하는 전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연 1회 자율 공시하게 된다. 금융위는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공시 원칙·내용·방법에 대한 종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유관기관과 오는 5월 2차 세미나를 열고 6월 중 최종 가이드라인을 확정한다. 상장사들은 이를 참고해 하반기부터 자율 공시에 나서게 된다. 기업 개선 계획 수립을 위해 공시 기한은 설정하지 않았으며 준비된 기업부터 참여하는 형식이다.


정부는 또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를 위해 다양한 세제 지원책을 인센티브로 제시할 방침이다. 매년 우수기업에 대한 표창을 수여하고, 모범 납세자 선정 우대 등 세정 지원 혜택도 제공할 계획이다.


기업가치 우수 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 및 투자 판단을 지원하는 내용도 밸류업 프로그램의 또 다른 축이다. 수익성이나 시장 평가가 양호한 기업들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오는 9월 개발해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이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현금 흐름 등 주요 투자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등생 종목들로 구성하기로 했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오는 12월 출시·상장돼 일반투자자들도 기업가치 우수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한다.


아울러 분기별로 각 기업의 주요 투자지표(PBR·PER·ROE)를 거래소 홈페이지에 비교 공표하는 내용도 담겼다.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은 연 1회 알려야 한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감안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에도 반영하기로 했다.


이밖에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기 위한 지원 체계 구축과 상장사들과의 소통 강화 계획 등이 담겼다. 거래소 내 전담 부서와 외부 자문단을 구성하는 한편, 기업 밸류업과 관련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제공하는 통합 홈페이지가 개설된다. 공시 교육과 일대일 컨설팅을 제공하고, 상장기업 대상 간담회도 지속적으로 개최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우리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아 성장하고 그 과실을 투자자들이 함께 향유하고 재투자하는 선순환적 자본시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대해 시장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9시 33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59포인트(0.40%) 내린 2,657.11을 나타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884억 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61억 원, 173억 원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보험(-4.20%), 금융업(-3.19%), 증권(-2.53%), 운수장비(-2.11%), 유통업(-2.57%) 등 대표적 저PBR 업종이 일제히 하락 중이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정도 소진됐다”면서도 “후속 대책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된다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도 실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위는 공시 의무화 조치 등 강제성이 부과되지 않았다는 지적과 관련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 노력을 강제하는 것보다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며 “공시 의무화는 오히려 의미 없는 형식적 계획 수립·공시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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