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공간 임대 수준 지원 넘어 ‘산업’ 자체를 키워라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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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블록체인 클러스터 조성

기존 특례 대부분 올해 말엔 종료
시 차원 적극적 추가 발굴 아쉬움
사업화 돕는 플랫폼 조성 나서야
지자체 경쟁 속 앞서 나갈 수 있어

부산에 올해부터 3년간 2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블록체인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부산시가 부산 남구 문현동 BIFC 23층에서 운영 중인 업무지원 공간 B-Space.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에 올해부터 3년간 2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블록체인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부산시가 부산 남구 문현동 BIFC 23층에서 운영 중인 업무지원 공간 B-Space. 이재찬 기자 chan@

정부가 올해부터 3년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부산을 블록체인 클러스터로 조성하기로 한 데는 블록체인 산업을 부산의 주요 핵심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돼 있다. 업계에서는 부산이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지 6년째이지만 특구에서 진행된 사업이 실제로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효과를 유발하지 못한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구의 한계를 넘어

정부는 클러스터가 특구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019년 특구로 지정된 부산시에 주어진 가장 큰 혜택은 특례 사업이다. 특례 사업은 신기술 사업화 과정에서 기존 제도가 신기술에 제한이 될 경우 해당 사업 모델에 대해 일정 기간 규제 적용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특례 사업이 업계 전반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특례 사업의 경우 선정된 특정 기업만 이점을 가지고 산업 전체에는 ‘낙수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또한 기업이 사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직접 발굴해야 하고 정부 규제 특례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규모가 영세한 블록체인 기업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2019년 이후 부산에서 블록체인 특례 사업으로 선정된 사업은 7건에 불과하다. 2019년 1차 특구로 선정될 당시 시는 물류, 관광, 공공안전, 금융 분야 4개 사업에 선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8월 4개 분야 사업은 규제 해제 등으로 사업이 모두 종료됐다. 금융 분야는 시민 대상 디지털 바우처 발행이었는데 사업 초기 발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2021년 선정된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집합투자 관련 특례와 의료 비대면 데이터 관련 특례는 올해 12월로 종료된다. 특례는 최초 선정 후 2년 기한으로 진행되고 사안에 따라 2년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현재로서는 2021년 선정된 2개 사업 모두 2년 추가 연장이 한 차례 연장돼 사업 연장은 불가능하다. 지난해 8차 특례 사업으로 선정된 의료보험 관련 사업은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사업이 시작조차 못하고 종료됐다.

특례 사업을 준비한 경험이 있는 한 블록체인 기업 관계자는 “200쪽 분량의 특례 사업 신청서 작성 등은 영세한 블록체인 기업 입장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특례를 받고 이 사업이 수익성이 있는지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시는 법적 규제 해소가 돼야 특구 성과가 되기 때문에 사업성보다는 규제 해소에 초점을 맞춰 협업이 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클러스터와 특구 시너지

시는 올해 특구 만료가 예정돼 있지만 특례 사업 추가 발굴을 통해 특구 지정을 연장할 계획이다. 올해 조성되는 클러스터와 특구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클러스터가 예산 소모식 단순 지원을 넘어 실질적인 사업화를 도와야한다고 주장한다. 블록체인 클러스터 조성을 계기로 민·관·정을 잇는 플랫폼으로 시가 역할을 해야 ‘특구 다운 특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기관, 기업, 대학연구소를 연결하는 벤처 생태계를 조성해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창업부터 사업화까지 전 주기에 걸쳐 투자 유치와 시설 공유, 특화 서비스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시는 B-Space, 기술혁신지원센터, 역외기업육성센터 등의 블록체인 기업 지원 시설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들 지원은 대부분 기업 사무 공간 지원에 그치고 있다.

수도권에서 부산으로 이전한 A 블록체인 기업 관계자는 “부산에 블록체인 관련 일을 한 인력이 부족하고 기업 간 교류나 협업이 전무했던 것이 사실이다”며 “클러스터가 단순히 기업을 모으는 것을 넘어 관련 인력 양성, 기업 간 협업을 돕는 플랫폼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불붙은 경쟁, 체계적 지원 필수

전국적으로 미래 먹거리인 블록체인 산업 육성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점도 시가 클러스터를 통해 블록체인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하는 이유 중 하나다. 2019년 특구로 지정될 당시에는 블록체인은 부산만의 관심 산업이었지만, 많은 지자체가 블록체인 기업 지원, 육성에 뛰어들면서 블록체인 기업 입장에서는 더 이상 부산만을 사업지로 고려할 필요가 없게 됐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중장기 계획으로 1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유망 기업 유치, 인재 양성, 블록체인 접목 공공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는 블록체인을 미래 핵심 3대 산업으로 선정해 전담 부서를 지난해 신설했다. 블록체인 기술 확보, 기업 유치를 위해 지난해 자체 예산 78억 원을 마련했다. 인천시는 ‘블록체인 허브 도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디지털산업진흥청 및 디지털자산거래소 유치, 블록체인 칼리지 개설, 블록체인 기술 실증 통합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 김효경 금융블록체인담당관은 “정부가 지원하는 블록체인 클러스터는 부산이 처음인만큼 기업에게 실질적인 보탬이 되는 지원과 프로젝트 사업 등을 통해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강소기업,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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