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TK신공항의 가덕신공항 '활용법'
김종우 서울정치부 차장
“가덕신공항과 대구경북(TK)신공항이 재정으로 충돌하는 일은 없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한 말이다. 지난달 1일 ‘TK신공항 특별법에 대한 부산시의 입장’을 설명 과정에서였다. 과연 그럴까. 적어도 대구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다.
정장수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가덕신공항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TK신공항이 ‘국비 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대구지역 언론은 이 내용을 받아서 ‘가덕공항·TK신공항, 왜 국비 지원 차별하나’라고 주장했다. 정 부시장의 글은 며칠 뒤 페이스북에서 사라졌지만 대구 언론의 기사는 남았다.
정 부시장은 해당 글에서 “멀쩡한 공항을 그대로 두고 코앞에 신공항을 하나 더 짓겠다는 부산은 가만히 앉아서 13조 8000억 원의 국비를 받는다”고 썼다. 그는 “똑같이 신공항을 만드는데 가덕신공항은 건설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고 TK신공항은 사업비 대부분을 대구시가 조달한다”면서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TK신공항의 국비 확보 명분을 만들기 위해 가덕신공항을 “어처구니 없는” 사업으로 폄훼한 셈이다.
가덕신공항은 김해공항의 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됐다. ‘멀쩡한’ 공항이 아니라 혼잡이 극심한 공항의 기능 정상화를 위해 국제선 신공항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서울에 김포공항이 있지만 항공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만든 것과 마찬가지다. 정 부시장의 주장대로라면 인천공항도 “멀쩡한 공항을 두고 코앞에 신공항을 만든” 셈이다.
대구시가 TK신공항 건설을 위해 가덕신공항을 걸고넘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TK신공항은 가덕신공항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똑같이 신공항을 만든다”는 정 부시장의 주장과는 정반대 논리였다.
지난해 TK신공항특별법 국회통과를 앞두고 국비 지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셌다. ‘기부 대 양여’ 사업의 원칙이 무너진 탓이다. 홍 시장은 지난해 4월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TK신공항은) 가덕도처럼 국비로 짓는 게 아니고 대구시에서 군 공항 이전비 11조 4000억 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덕신공항처럼 생짜배기로 국비 다 들여서 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TK신공항이 “국비를 받지 않는다”고 주장할 때도, “국비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때도 가덕신공항을 걸고넘어진 셈이다. 국비 투입과 관련해선 홍 시장의 말도 바뀌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건설) 참여업체가 신공항을 완공한 뒤 손해가 발생할 경우 대구시가 국비 보전을 보증해 투자비용을 확실하게 회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TK신공항의 경우 정부 재정 투입이 ‘보증’되지 않는다. TK신공항특별법은 국비를 “지원할 수 있다”고만 규정했다. 그러나 홍 시장은 국비 보전을 “보증”하겠다고 장담했다.
홍 시장의 ‘무리수’는 TK신공항 사업 추진의 어려움 때문으로 보인다. 홍 시장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대구 민생토론회’에서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신공항을 건설할) SPC 구성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SPC 구성 난항으로 대구시 고위 인사들이 신공항 건설에 위기감을 느낀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신공항 건설 관련 위기가 올 때마다 가덕신공항을 걸고넘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막무가내 식으로 가덕신공항을 비판하는 행태는 지역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