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간 단축은 좋은데…” ‘피치 클록’ 놓고 갑론을박…후반기 정식 시행 가능할까
2부리그 시범 운용 없이 전격 도입
전반기 페널티 없고 ‘구두 경고’만
9~11일 시범경기 평균 5회 위반
각팀 찬반 의견 달라 ‘뜨거운 감자’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시작되면서 올 시즌 새롭게 선보이는 ‘피치 클록’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현장 지도자와 선수들 사이에서 도입 여부와 시기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하반기 정식 시행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피치 클록은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투수 투구 간격을 엄밀히 계측해 제한을 두는 제도다. 투수는 주자가 있을 시 23초, 없을 때는 18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타자 역시 피치 클록에 8초가 표기되는 시점까지 타격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이 규정을 어기면 투수는 볼, 타자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다. 투수의 주자 견제도 3회로 제한되며, 위반하면 보크다.
피치 클록은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처음 시행하며 경기 시간 단축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에 KBO(한국야구위원회) 사무국은 올해부터 피치 클록을 국내에 도입하기로 하고 시범경기부터 이를 적용하고 있다. KBO는 전반기에 피치 클록을 시범 운용한 뒤 후반기 정식 시행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현장 의견은 엇갈린다. LG·삼성·NC 등 작전야구를 즐기는 팀은 적극 찬성하는 반면, KT·SSG·롯데 등은 반대하는 분위기다.
올 시즌부터 전격 시행되는 자동 투구 판정시스템(ABS)과 달리 피치 클록에 대해 유독 현장의 반발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충분한 검토 기간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ABS의 경우 2020년부터 퓨처스(2군)리그에서 4년 동안 시범 운용했다. 관련 노하우가 쌓인 데다 선수·지도자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황에서 1군 도입이 결정됐다.
반면, 피치 클록은 퓨처스리그 시범 운용 없이 허구연 KBO 총재의 의지와 10개 구단 사장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승인으로 전격 도입했다. 스프링캠프에서 피치 클록을 경험한 몇몇 구단 선수들을 제외하면 대다수 선수들이 시범경기에서 처음 피치 클록을 체험 중이다.
이런 가운데 피치 클록을 위반하지 않도록 투수와 포수·야수 사이의 빠른 사인 교환을 돕는 ‘피치컴’은 아직 도입 전이다. 국내에는 개발 업체가 없고, MLB용 수입품을 쓰려면 정부의 전파인증을 받아야 해 2개월 이상 소요되는 걸로 알려졌다.
전반기 시범 운영 기간에는 피치 클록 위반 시 페널티 없이 구두 경고만 주어진다. 9~11일 열린 15차례 시범경기에서 모두 76번의 피치 클록 위반이 나왔다. 경기당 평균 5회로 지난해 MLB 평균 2.2회보다 배 이상 많다.
다만, 경기 시간 단축 효과는 확인됐다. 지난 9일 전국 5개 구장의 시범경기 개막전 평균 시간은 2시간 44분으로, 지난해 시범경기 평균 시간(2시간 58분)보다 14분 줄었다.
한편,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시범경기 기간 10개 구단 선수를 대상으로 피치 클록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선수협회 한 관계자는 “선수들이 피치 클록 시행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충분한 테스트를 거친 뒤 실전에 적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