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기대한 라마단, 되레 확전 양상… 레바논서도 유혈 충돌
이스라엘 공습에 사상자 7명
헤즈볼라, 전날 드론 공습 감행
가자지구 곳곳서 군사 작전
휴전·평화 대신 우울한 명절
이슬람권에서 평화가 깃들어야 할 금식성월 라마단에도 중동의 무력 충돌이 멈추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소탕을 위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오히려 확전 우려가 커졌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라마단 첫날인 이날 레바논 동부 도시 바알베크와 인근 지역을 공습하면서 사상자가 여러 명 발생했다. 로이터는 바시르 카데르 바알베크 주지사와 보안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날 바알베크를 4차례 공습하면서 최소 1명이 숨지고 여럿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또 한 보안 소식통은 AFP에 “이스라엘 항공기가 다르알아말 병원 인근에 있는 과거 헤즈볼라 소유 건물을 표적으로 삼았고 바알베크 서쪽 창고도 공습했다”며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앞서 헤즈볼라도 이날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방공기지를 드론(무인 항공기) 4대를 동원해 공습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드론들이 골란고원의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레바논의 골란고원 공습에 이어 이스라엘이 레바논 동부를 공격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주변국으로 번질 위험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AFP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대부분 레바논 국경 일대를 겨냥했지만 최근 수주간 더 북쪽에 있는 헤즈볼라 진지들을 타격하면서 양측 간 전면 충돌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은 휴전이 불발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군사작전을 이어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지난 24시간 동안 가자지구 중부 지역에서 공습과 근접전 등을 통해 최소 15명의 하마스 무장대원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또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에서 특공여단이 주거 단지인 하마드 타운에 대한 수색을 이어가면서 하마스 대원들을 체포하고 무기를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간밤의 공습으로 하마스의 가자지구 내 서열 3위인 군사 조직 부사령관 마르완 이사가 공습으로 숨졌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확인 중이라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스라엘은 피란민이 몰린 가자지구 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작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라마단 기간에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 가자지구 군사작전 등이 이어지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도 짙어지고 있다.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 등은 라마단을 계기로 포성이 다섯 달을 넘긴 가자지구에서 휴전 및 인질 석방안을 마련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합의를 끌어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라마단을 맞아 가자지구 내에서 총을 내려놓을 것을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촉구하며 “평화와 화해, 연대를 기념하는 라마단이 시작됐음에도 가자지구에서 살인과 폭격, 유혈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줄줄이 우려를 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올해 라마단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중동이 악화한 상황에서 왔다”며 “분쟁이 전쟁의 현재 경계를 훨씬 넘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굶주림과 공포가 가자지구를 덮치면서 라마단이 시작됐다”며 보통 라마단에 이뤄졌던 금식, 자선활동, 가족모임, 야간 축제 등이 올해 가자지구에서는 요원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