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현수막 가릴까 봐 가로수 가지 닭발처럼 싹둑?
강서 김도읍 의원 선거사무소 앞
10여 그루 과도한 전지 작업 논란
부산 강서구청이 국회의원 선거사무소 앞 가로수 몸통과 가지를 과도하게 잘라내 논란이다. 구청은 건물주 민원 때문에 가지치기를 했다고 설명했지만 선거 현수막 시야 확보를 위해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12일 부산 강서구청에 따르면 지난 7일 강서구 명지동 한 길가에 위치한 나무 10여 그루에 대한 가지치기가 진행됐다. 가지치기가 진행된 곳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 선거사무소 건물 앞으로 유독 심하게 나무 몸통과 가지가 잘렸다. 건물 앞에 심어진 나무 4그루는 잔가지가 잘려 큰 줄기만 남았고 가지 대부분이 잘려 나갔다. 큰 줄기에 작은 가지 몇 개만 남아 닭발 같은 모습이었다. 선거사무소 건물 앞 도로 약 30m 길이를 제외하곤 가지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가지치기가 완료된 직후 건물 벽면에는 선거 현수막이 걸렸다.
가지치기는 전선에 걸려 안전 위험이 있거나 수목 정비 등을 목적으로 통상 봄이 되기 전 시작한다. 다만 지자체는 무분별한 가지치기는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지난해 6월 마련된 부산시 권고 사항에는 민원 등을 이유로 무분별한 가로수 가지치기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가로수와 고압선, 교통시설의 접촉 등으로 안전사고가 우려돼 가지치기 사업을 할 경우 관련 심의를 받도록 했다. 단순 민원에 의한 과도한 가지치기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구청이 최근 진행한 가지치기는 부산시의 지침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선이나 교통시설에 걸릴 위험과는 거리가 멀고 건물에 나뭇가지가 접촉하지도 않는다. 차량을 타고 지나가는 운전자들이 선거 현수막을 볼 수 있도록 민원을 명목으로 구청이 무리하게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구청은 나뭇가지가 건물 상호를 가린다는 건물주 민원이 주기적으로 들어와 가지치기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구청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나뭇가지가 운전자 시야를 가려 차량 통행에 불편을 주거나 건물주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어 가지치기하기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비슷한 구간 가로수 가지치기를 진행한 바 있기 때문에 선거 현수막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장 관계자들과 소통 오류로 과하게 가지치기가 이뤄진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강서구청 녹지공원과 관계자는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와 나무가 인접해 운전자 시야 확보 문제 등 안전 사고 우려가 있다. 여기에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지치기를 진행했다. 선거 현수막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도읍 의원실 관계자는 “가지치기를 요청한 적이 전혀 없고 구청에서 나뭇가지를 잘라내는지 아예 모르고 있었다”며 “선거 현수막을 가릴 정도로 큰 나무들도 아니기 때문에 나무가 그대로 있어도 현수막 시야 확보에 전혀 문제가 없다. 가지치기를 요구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나웅기 기자 wonggy@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