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거점 본분 망각한 에어부산의 ‘지역 지우기’
지역사회 소통 가교 역할 부서
전략커뮤니케이션실 전격 해체
사실상 분리매각 거부 시그널
에어부산의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의 지역 소통 부서를 없애면서 ‘지역 지우기’에 나섰다. 그동안 에어부산 살리기에 앞장선 지역 사회의 노력과 요구를 묵살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12일 에어부산과 지역 상공계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이달 초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경영본부 산하 전략커뮤니케이션실을 전격 해체했다. 전략커뮤니케이션실이 담당해 왔던 홍보를 비롯한 대외협력,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사회공헌 업무는 본부 내 전략경영팀과 인사총무팀 등으로 분산 이관됐다.
경영본부에서 홍보 기능을 강화해 발족한 전략커뮤니케이션실은 5년 가까이 운영되면서 사회공헌 활성화에 앞장서고 지역사회와 적극 소통하는 등 에어부산과 지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 왔다. 이에 부산시와 지역사회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고 향토기업 살리기 차원의 에어부산 타기 캠페인을 벌이면서 경영의 어려움에 처한 에어부산 돕기를 자처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략커뮤니케이션실이 전격 해체된 것은 에어부산이 지역과 더 이상 소통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출신이 에어부산 주요 임원을 모두 차지하면서 에어부산 내에서조차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실제 지난달 말 아시아나항공 부사장 출신이 에어부산 대표로 선임되자마자 이튿날 조직 개편이 단행됐다. 지역사회가 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 무산 이후 에어부산 분리매각 카드를 꺼내들며 가덕신공항 거점 항공사로서 에어부산의 생존에 초점을 맞춘 반면, 에어부산 내부에선 기업 결합 이후 조직 재편 등에만 관심이 컸다는 전언이다.
지역사회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조직적으로 분리매각을 요구하고 에어부산의 지역주주들이 에어부산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힘을 싣자 아시아나항공과 채권단인 산업은행 등에선 전략커뮤니케이션실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상당한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역 상공계는 지역과 동반성장해온 향토 기업에 대한 아시아나항공 등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지역의 현실을 외면하고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력 비판했다. 전략커뮤니케이션실 해체는 사실상 산은이 분리매각이라는 지역 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시그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상의 심재운 경제정책본부장은 “지역 상공계를 대변하는 단체인 부산상의의 새 의원부가 출범하면 에어부산 분리매각과 관련해 조직을 정비하고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 강력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 사회는 100만 서명운동과 대규모 궐기대회를 준비하는 동시에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공약으로 채택하는 후보들을 공개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의 적극적인 대응도 촉구했다. 시민공감 이지후 이사장은 “지역 기업이 지역과 소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성장해나갈 수 있겠느냐”며 “에어부산 지분 16.1%를 가지고 있는 주주로서 시와 지역 기업들이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에어부산 분리매각 가덕신공항 거점항공 추진 부산시민운동본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에어부산이 부산 거점항공사로서 위상과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전략커뮤니케이션실 복원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을 활성화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에어부산 측은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