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무인 헬스장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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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감염병이 급속히 확산하고 공포감이 커지면서 대한민국이 멈췄다. 전국에서 강력한 방역대책인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돼 축제, 공연, 스포츠 경기가 무더기로 취소되기 시작했다. 온 국민은 모임과 만남이 어려워지는 등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급변한 일상생활에 힘겨워 했다.

그 무렵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변화시킬 14가지 모습을 예측해 관심을 모았다. 그중 앞 순위로 꼽은 게 무인점포와 온라인 유통의 활성화다. 사람이 밀집하는 사업은 고전하고 일상이 비대면 접촉과 배달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4년이 흐른 요즘 거리에 주인과 종업원 없이 24시간 운영되는 무인점포가 우후죽순 들어선 걸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식생활과 용품 구매의 상당 부분을 온라인 주문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특히 무인점포는 편의점과 카페, 밀키트 가게, 라면·아이스크림점, 빨래방, 사진관, 반려용품점, 문구점, 식육점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런 매장은 최저임금이 올라 부담이 커진 업주의 인건비 절감과 손님의 자유로운 이용이라는 장점이 있다. 주문과 결제를 위한 키오스크와 관리용 CCTV의 활성화에 힘입어 급증 추세를 보인다. 게다가 월급으론 생활이 빠듯해 투잡을 하려는 직장인과 퇴직자들 사이에 자본·시간 투자가 적은 창업 수단으로 각광받으며 업종이 다각화한다.

최근 스크린 골프, 탁구같이 실내 활동이 가능한 레포츠 분야에서도 무인점포가 속속 생기고 있다. 인기가 높은 무인 헬스장이 대표적이다. 언제든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한 점이 매력적이다. 고객들은 먹튀 사고가 빈발한 고액의 기간제 회원권을 끊지 않아도 되고 일부 트레이너의 훈련비 강요로 인한 불편이 없어 더욱 좋다는 반응이다.

한데, 지난달 27일 밤 부산 북구 한 무인 헬스장에서 운동하던 50대 여성이 러닝머신 근처에 쓰러져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관리자나 다른 사람이 없어 대처가 불가능했던 게 사고의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현행법상 체력단련시설이 배치해야 할 체육지도사가 없는 무인 헬스장은 불법이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출현하는 신종 업소는 사회적 폐해가 있는 것과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혁신적인 업종이 공존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행정당국이 무인점포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는 한편 양성화가 필요한 시설의 경우 법적·제도적 보완을 통해 관리와 안전 체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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