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제사에 금정산 ‘신음’… 공동 시산제 제안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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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산행 기원 제사 의식 잦아
쓰레기·담배꽁초 등 환경 훼손
시민단체 “장소 지정해 하자”
금정산성 다목적광장 추천도

지난 3일과 10일 부산 금정구 장전동 금정산 동문 인근에선 다양한 산악 단체의 ‘시산제’가 열렸다. (사)범시민 금정산보존회 제공 지난 3일과 10일 부산 금정구 장전동 금정산 동문 인근에선 다양한 산악 단체의 ‘시산제’가 열렸다. (사)범시민 금정산보존회 제공

주말이던 지난 3일과 10일 부산 금정구 장전동 금정산 동문 인근에선 다양한 산악 단체의 시산제가 열렸다. 서로 담소도 나누고 막걸리도 한 잔 곁들이며 봄 정취 속 안전한 산행을 기원했다. 이들이 떠난 자리는 아름답지 못했다.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물병이 곳곳에 나뒹굴었다. 산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금지돼 있지만, 담배 꽁초도 간간이 보였다. 시산제를 지낸 후 뒷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다.

부산 금정산을 찾는 산악회가 연간 산행의 안녕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지내면서 정작 금정산의 ‘안녕’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분별한 제사 행위로 환경오염과 화재 위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시산제 장소를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산제는 한 해 산행이 안전하길 바라며 산신령에게 제를 올리는 행위다. 등산을 즐기는 산악회에 시산제는 연례행사로 날이 풀리는 3~4월에 가장 많이 열린다. 특히 부산의 명산인 금정산은 정기가 좋기로 유명해 전국에서 찾는 시산제 명소로 꼽힌다.

하지만 쓰레기를 수거해 가지 않고 산에 그대로 버리는 등 무분별한 행태가 이어지면서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재 위험이 있는 초를 피우고 담배꽁초를 버리는 일이 계속되고 있어 산불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환경단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해진 장소에서 공동 시산제를 지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시산제 장소로는 금정산성 다목적광장을 지목했다. 금정구 금성동에 위치한 금정산성 다목적광장은 2015년에 예산 52억 원을 들여 조성한 근린공원으로, 면적은 1만 8941㎡다. 뜻이 맞는 환경단체들은 2019년 이전부터 해당 방안을 지자체에 건의했다. 당시 지자체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오후 1시께 부산 금정산에서 시산제가 진행됐던 장소에 쓰레기가 남아 있다. (사)범시민 금정산보존회 제공 13일 오후 1시께 부산 금정산에서 시산제가 진행됐던 장소에 쓰레기가 남아 있다. (사)범시민 금정산보존회 제공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년간 시산제를 비롯한 금정산 내 모든 행사가 멈췄다. 시산제 장소 지정 움직임도 동력을 잃었다. 구청 담당자도 바뀌어 시산제 장소 지정은 ‘없던 일’이 됐다. 금정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현재 금정구청에서 추진 중인 사항은 없다”며 “시산제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는 다음 달까지 특별감시관 인력을 추가로 배치해 계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도 단속 강화로 시산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푸른숲도시과 관계자는 “지자체와는 별개로 부산시 자체 인력을 활용해 단속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다수의 산악 단체에서 시행 중인 시산제 문제를 근절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산악연맹 한 관계자는 “회원들에게 가방에 쓰레기를 회수할 봉투를 항상 가지고 다니도록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회원이 아닌 단체도 많기 때문에 부산 지역 모든 산악 단체를 관리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는 코로나19가 완화돼 시산제가 늘어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시산제 장소 지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사)범시민 금정산보존회 유진철 부회장은 “2~3년 유예 기간을 두고 산악회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하며 점차적으로 시산제를 금정산성 다목적광장으로 옮기면 어떨까 싶다”며 “세금으로 만들어진 금정산성 다목적광장은 금정산 보호라는 공적인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장소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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