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 봄나들이 갔더니, 보이는 건 휑한 공원뿐
지난해 11월 말 개방 북항 공원
시민 즐길 볼거리·먹거리 부족
보트 체험 등 단기성 축제만 예정
국내 첫 항만재개발로 만든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이 올봄 본격적으로 ‘시민 맞이’에 나서지만, 방문객을 위한 상시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한 역사성과 정체성을 지닌 공간임에도 사실상 무색무취한 공원에 불과해 콘텐츠에 대한 사전 고민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지 내 조성이 완료된 친수공원은 모두 18만㎡ 규모다. 올해부터 개발이 시작되는 옛 수미르공원 부지 등 잔여 친수공원(1만 6000㎡)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제 모습을 갖췄다.
지난해 11월 말 부산항만공사에서 부산시로 관리권이 이관돼 개방됐지만, 시민과 본격적으로 대면하는 건 올봄이 처음이다. 겨울 추위가 물러간 데다 1단계 사업지를 관통하는 이순신대로도 올 1월 31일 개통돼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상부 덱을 통해 부산역에서 바로 진입이 가능하고 넓은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야외주차장도 갖춰 이르면 이달 말부터 방문객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북항 친수공원은 부산항축제, 스탠드업 패들보드(SUP) 레이스 등 단기성 축제만 계획돼 있을 뿐 주말이나 상시로 즐길 콘텐츠가 거의 없다. 보트, 카약체험도 지난해 부산항축제 때 한시적으로 운영됐으며 부산항 역사를 기반으로 한 기획 전시, 문화행사도 찾아보기 어렵다. 피크닉을 위한 기본적인 물품 대여나 먹거리 인프라도 갖춰져 있지 않다.
인근 오페라하우스, 부산항기념관 등 굵직한 집객 시설이 건립되기까지 수년이 더 소요되는 만큼 북항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북항 친수공원이 주변 상권과 다소 거리가 있어 푸드마켓, 푸드트럭 등도 한시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6일 공원에서 만난 김서영(43·부산 기장군) 씨는 “시민공원처럼 피크닉이라도 할 수 있도록 적어도 파라솔을 설치해 그늘을 마련해 준다든지 돗자리라도 빌려줘야 하지 않나”라면서 “공원을 낀 대규모 (랜드마크) 부지도 야생화 단지로 활용돼 드넓은 공원 일대가 황량한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과거 용역이나 포럼을 통해 플리마켓, 팝업스토어 등 상시 콘텐츠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가 제시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7일 북항 활성화 전문가 포럼에서도 부산항 역사와 직결된 우키시마호 추모 공간 마련, 미니 선박·곤돌라 운행 등의 방안을 나오기도 했다.
시 문화시설개관준비과 관계자는 “오페라 콘서트, 버스킹 등 공원과 수로를 활용해 어떤 사업을 할 수 있는지 현장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당장은 관련 예산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건축사사무소 싸이트플래닝 한영숙 대표는 “공원이 된 3부두는 과거 월남 파병을 나갔던 이별의 항구로,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웰컴존이나 야외음악회 등을 만들 수 있다”면서 “콘텐츠를 계속 보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